"붙잡히는 게 좋은 거야".
김성근 감독이 첫 공식훈련에 참가한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마무리캠프라고는 믿기지 않을 긴박함이 넘쳤다. 스프링캠프 중반에야 시작하는 라이브 훈련으로 이미 실전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그라운드 곳곳을 샅샅이 누빈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1대1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들에게 김 감독은 직접 폼을 교정하는 식으로 집중적인 훈련을 시켰다. 선수들은 이를 두고 '붙잡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몇몇 선수들이 김 감독에게 붙잡혀 짧은 시간에도 진땀을 뺐다. 그런데 SK 시절부터 김 감독과 함께 한 정근우는 "붙잡히는 게 좋은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가장 먼저 붙잡은 선수는 역시 투수들이었다. 오키나와 도착과 함께 김 감독은 투수들이 투구하는 불펜을 찾았다. 이곳에서 좌완 김기현, 우완 장민재·최영환에게 투구 폼과 관련해 일일이 지도했다. 김기현에게는 배드민턴 채를 이용해 볼을 더 세게 채는 법을 가르쳤고, 장민재와 최영환에게도 하체 이동과 팔 스윙에 대해 매의 눈으로 지켜본 뒤 지도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역시 야수였다. 가장 먼저 붙잡힌 건 포수 정범모. 김 감독은 불펜 투구훈련 때부터 포수들의 송구자세를 지적했다. 라이브 훈련이 시작된 뒤 정범모의 송구를 유심히 지켜본 김 감독은 결국 1대1 훈련에 나섰다.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정범모에게 오버핸드로 던지게끔 변화를 유도했다.
김 감독은 "밑에서 던지면 늦다. 어깨 위로 공을 빨리 가져가라"며 쉴 새 없이 공을 던지며 송구 훈련을 시켰다. 정범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송구를 반복했다. 김 감독은 "10개 더"를 계속 외쳤고, 정범모는 "으쌰" 기합 소리와 함께 땀을 뻘뻘 흘렸다. 김 감독은 "그 느낌 그대로 가져가라"며 선수가 느낄 때까지 몰아붙였다.
그 다음 타깃은 외야수 정현석. 정현석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그의 하체 중심이동을 지적했다. 김 감독은 "몸이 앞에 나가있으니 바깥쪽 공에 따라 나가는 것"이라며 준비 자세에서 왼쪽 다리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가져가게끔 강조했다. 백네트 뒤쪽에 이어 1루 파울 라인에서도 김 감독은 정현석과 1대1로 하체 이동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은 내야수 김태완이었다. 최진행·박노민과 함께 특타조로 남아 마지막까지 타격 훈련을 한 김태완은 김 감독과 토스배팅까지 소화했다. 김 감독은 스태프들에게 비디오로 김태완의 타격자세를 찍게 한 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곧장 다시 토스배팅으로 이어지는 훈련의 반복. SK 시절부터 김태완을 좋게 봐온 김 감독의 '관심 표현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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