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과 송일국, 그리고 아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1.03 07: 18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엄마보다는 아빠다. 현 대중 문화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모성애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면이 있는 반면 '부성애'는 기대 이상이 드러날 때 더 뭉클하게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딸 바보'란 말이 유행했던 가 하면(여전히 자주 쓰이는 표현이기도), '부성애'를 다룬 영화의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천만영화만 보자면 류승룡 주연 '7번방의 선물'은 절절한 부성애의 신파극이였고, 천만을 넘어선 역대 최고 흥행 영화 '명량'의 최민식 이순신도 영화 속 아들과의 관계가 나라의 아버지로 확장된 모습이다. 현재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나의 독재자' 역시 큰 틀은 아들을 위해 연기하는, 살짝 미친 아빠의 가슴 뜨거운 부성애다.
방송 쪽에서는 오랜 침체기를 겪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을 부활로 이끈 것도 '아빠들'이였다. 특별하지 않은 포맷임에도, 아빠들이 자식들과 외지에서 알콩 달콩 투닥투닥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다소 무섭거나 뻣뻣할 것 같았던 연예인 아빠들의 자식을 향한 따뜻한 온내가 얼음같던 시청자들을 녹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좀 더 업그레이드판이다. 오랜 활동 중단을 끝내고 기지개를 켠 타블로에게 뮤지션에 더해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혀 준 것이 이 프로그램이다. 타블로는 이제 단연 '하루 아빠'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 더욱 주목받는 스타는 송일국이다. 잊고 있었던, 어쩌면 잠시 잊혀졌을지도 모를 배우 송일국은 '삼둥이 아빠'로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이제 '말근육' 송일국보다는 삼둥이를 안고 성화 봉송을 하는 모습이 더 강렬하다.
사실 송일국은 연기자로서 한 동안 대중과 멀어졌었다. 영화로는 2005년 '연애의 정석' 이후 멈췄었고, 드라마도 2011년 '강력반' 이후 없었다. 6일 개봉하는 '현기증'이 10여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런 그에게 '슈퍼맨에 돌아왔다' 출연은 대중과의 간극을 급속하게 좁혔다.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프로그램과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연예인으로서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그림이 됐다.
송일국의 인기는 아빠 예능에서도 '레어템'이였던 요인이 컸다. '세 쌍둥이'라는 특이한 상황 속에서 고난기가 따로 없는 육아를 척척 해내는 모습, 그 안의 진정성이 통했다. 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사랑스러운 대한-민국-만세를 살뜰히 챙기고 야무지게 돌보는 아빠 송일국은을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아내에게 휴식을 주고 싶어서"라니. 부성애에 더한 애처가다.
다른 면에서 연예인의 모습보다 '아빠'로 더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는 배우 차승원이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자와 함께 언급하기에는 그 무게감이 다르지만, 어쨌든 그가 최근 연예게에서 '부성애'를 가장 강하게 각인시킨 스타임은 확실해 보인다.
원래부터 '젊은 아빠'로서 동경의 이미지가 있던 차승원이 대중에게 아빠로서의 비밀을 공개함으로써 그는 기존의 아빠 차승원과는 또 다른 지점에 서게 됐다. 아들 노아가 '마음으로 낳은 아들'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 남다른 개인사의 공개라는 용기에 대한 박수가 더해졌다.
아들 노아의 친부 소송 건이 알려지게 되자 차승원은 소속사를 통해 "22년전에 결혼을 하였고, 당시 부인과 이혼한 전남편 사이에 태어난 세살배기 아들도 함께 한가족이 됐다. 노아를 마음으로 낳은 자신의 아들이라 굳게 믿고 있으며 지금도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지난 해 8월에는 장성한 아들의 과오에 팬들에게 직접 "모두 잘 못 교육시킨 아버지 탓"이라며 사죄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던 바다. 당시에도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먼저 나서 대중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현대 가정의 모습이 점점 더 다원화되면서, '아빠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매스컴을 통해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을 제시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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