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정선의 티키타카] 케이블 예능이 지상파로 스며들고 있다. 케이블과 지상파의 전세 역전이다.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노홍철, 하하가 제안한 기획으로 '쇼미더빚까'가 등장했다. '쇼미더빚까'는 공개 코미디를 1000명의 관객들에게 평가를 돈으로 환산해 이른바 '빚을 까는' 내용의 코너로, 케이블채널 엠넷 '쇼미더머니'를 변주했다.
'쇼미더머니'는 관객들이 투표로 만들어지는 공연비로 래퍼들이 경연을 펼친다는 프로그램. 현재 시즌 3까지 지속되며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냈다. 이 브랜드 파워는 곧 지상파에서의 패러디로 이어졌다. '쇼미더빚까'에서처럼 이 프로그램은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힙합의 신'이라는 코너로 패러디된 바 있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는 엠넷 '슈퍼스타K' 시리즈 또한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 만들어졌다. '개그콘서트'에서는 지난 2010~2011년도 '슈퍼스타KBS'라는 제목으로 '슈퍼스타K'의 모습을 코믹하게 꾸며 웃음을 선사했다.
이 뿐 아니라 원조인 '슈퍼스타K'의 흥행이 지상파에 영향을 미쳤다. 시즌3까지 만들어진 MBC '위대한 탄생'과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SBS 'K팝스타' 시리즈가 그것이다. '슈퍼스타K'가 국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금 더 큰 그림을 본다면, 예능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예능의 유행을 가장 앞서 실행한 장본인이다. '비정상회담'이 종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시청률과 화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지상파에서도 MBC '헬로 이방인', KBS 1TV '리얼 한국 정착기-이방인' 등 외국인 예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케이블 혹은 종편에서 발탁된 외국인 출연자가 지상파로 성공적인 진입, 케이블에서 얻은 이미지로 지상파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발굴한 일본 출신의 강남(MIB)이 '나 혼자 산다', '헬로 이방인' 등 여러 지상파 예능에 발탁됐다. '비정상회담'의 여러 출연진은 KBS 2TV '해피투게더'와 같은 지상하 메인 토크쇼의 러브콜을 받으며 가치를 입증했다.
과거 일부 지상파 PD들은 케이블에서의 새로운 기획이나 첫 방송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간혹 지상파와 비슷한 소재의 케이블 예능이 출범한다해도 "그래도 케이블인데"라는 전제 하에 강한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비정상회담'이 방송되는 월요일 심야 시간대에는 지상파 예능들이 휘청이는 상황이다.
전세는 역전됐다. 이제 케이블 예능의 연이은 대 흥행은 때론 지상파 예능의 소재로, 또 예능 붐으로, 예능 스타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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