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훈련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마무리캠프이지만 '스타트캠프'라는 말이 어울려 보인다.
2일 한화 마무리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아침 일찍부터 이미 선수들이 훈련장에 도착해 한창 펑고를 받고 있었다. 선수단의 절반이 아침 7시40분부터 호텔에서 출발해 훈련장으로 향한 것이다. 이른바 '얼리워크' 조인데 정근우도 포함돼 있었다.
정근우는 팀의 주축 선수이지만 김성근 감독 앞에서는 예외란 없었다. 정근우는 김태완과 함께 펑고 훈련을 받았다. 김종수 수비코치의 날카로운 펑고에 정근우와 김태완은 번갈아가며 넘어지고 굴렀다. 정근우 얼굴에는 흙탕물이 뒤덮였다. 김성근 감독이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한 눈을 팔 틈도 없었다.

김성근 감독에게 SK 시절과 지금의 정근우에 대해 묻자 "똑같다. 안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키가 안 컸잖아"라고 농담으로 마무리했지만 예전보다 좋아진 것이 없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반대편에서 홀로 혹독한 펑고를 받던 신인 내야수 노태형과 비교해 "정근우가 잡는 걸 쟤는 못 잡는다. 글러브질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감독은 "정근우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수비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 선수들의 문제점이 뭔지 아나. 이렇게 좋은 모델이 있는데 여기서 뭐를 뺏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배고프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먹는 방법을 찾는 것처럼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지적은 김태완과 김경언에게도 향했다. 아침 수비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는 두 선수에게 한마디씩 한 것이다. 김태완의 중학교 때부터 지켜봐왔다는 김 감독은 김태완을 바라보며 "너 성대 있을 때보다 수비 못 하네"라고 승부근성을 자극시켰다.
김 감독은 뒤따라오던 김경언에게도 "너 어깨 강해?"라고 물었다. 김경언이 "아닙니다"라고 답하자 김 감독은 "어깨 약한데 어디까지 산보하러 가냐. 빨리 공 잡아 던질 생각 안 하고 한참을 뛰어가네. 어깨가 약하면 동작을 빨리 해야지"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감독의 지적에 선수들은 수긍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었다. 김 감독의 논리정연한 이야기에 선수들도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었다. 선수들과 개인적 거리를 두면서도 야구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김 감독의 지도철학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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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