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라면 2014년에는 우승권에 접근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말, 히어로즈는 한국프로야구에 큰 폭풍을 일으켰다. 문제는 그다지 좋은 방향의 폭풍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구단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다 팔았다.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이라는 팀의 핵심 선수들이 현금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 트레이드를 승인하느냐 마느냐가 큰 화제로 떠올랐을 정도였다. “구단의 기둥을 뽑고 있다”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 비판의 중심에는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가 있었다. 2008년 히어로즈를 창단한 이 대표는 한국프로야구의 운영 방식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았다. 열광적인 야구팬이었던 이 대표로서는 일생일대의 꿈을 이루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돈이 들어올 구멍이 없었고 그나마 있었던 구멍까지 차츰차츰 이 폭이 좁아져갔다. 이 대표가 외부에서 돈을 끌어와 간신히 구단이 연명했다. 현금 트레이드는 선택이 아닌, 살기 위한 필수적인 몸부림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기꾼’이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까지 썼다.

그러나 이 대표는 그 때 담담했다. 외부의 비난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외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에는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팀을 잘 키울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손익분기점 돌파, 그리고 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운 것도 바로 ‘위기의’ 그 때였다. 상황상 누구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웃는 건 당연했다. “팀을 팔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이 대표의 뚝심, 그리고 이 뚝심이 만든 ‘히어로즈’는 이를 비웃었다.
지난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은 올 시즌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창단 이후 첫 ‘가을 클래식’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구단의 존폐를 걱정했던 팀이 이제 당당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강호로 발돋움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공도 크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히어로즈의 그림을 만든 이 대표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비전문가 출신 최고경영자들이 숱한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에서 이 대표의 포지션은 독보적이다. 미국 등 선진야구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동시에 이 대표 특유의 참신함을 가미하며 한국식 시스템의 가능성을 열었다. 사실상 CEO와 단장의 몫까지 동시에 하다보니 의사결정도 빠르다. 염경엽 감독은 신인지명회의 당시를 회상하며 “대표께서 워낙 잘 알고 계시더라. 그러다보니 좋은 선수들을 뽑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넥센은 이제 한국프로야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팀으로 성장했다. 성적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목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연고도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잠실의 2만 LG팬들을 상대로 일당백의 활약을 보여준 넥센 팬들의 함성은 이를 증명한다. 이렇게 점차 성장하고 있는 넥센의 올 시즌 마지막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이라는 강호가 기다리고 있지만 MVP급 활약을 펼친 선수만 4명을 보유하고 있는 넥센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넥센, 그리고 이 대표는 4일부터 2014년 마지막 도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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