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전화에 많이 놀랐다".
한화 정민태(44) 투수코치가 독수리 군단에 새로 합류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롯데에서 물러난 정민태 코치는 지난달 31일 한화와 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팀에 둥지를 텄다. 정민태 코치의 영입은 김성근 감독이 직접 진행한 일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민태 코치는 2일 일본 오키나와에 차려진 한화 마무리 캠프를 찾았다. 한화 모자를 쓰고 나타난 정민태 코치는 김성근 감독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한화 코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렌지색 트레이닝복이 제법 잘 어울린 그는 이날 하루 쉬라는 김성근 감독의 배려에도 곧장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함께 하며 선수 파악에 나섰다.

정민태 코치는 선수는 물론 코치로도 김 감독과 함께 한 인연이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다. 그것도 순수하게 '야구적'이었다. 정민태 코치는 "현대 시절 쌍방울 감독으로 계시던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는데 가끔 따로 불러서 원포인트 레슨도 해주셨다. 그때는 어려운 분이라 말도 못 붙였는데 좋게 봐주셨다. 그 이후로 안부 전화도 가끔 드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저서에 국내 투수 중 유일하게 정민태 코치를 칭찬할 정도로 '투수' 정민태에 대한 호감이 상당했다. 정 코치는 현역 시절 통산 290경기 124승96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3.48 탈삼진 1278개를 기록한 대투수로 다승왕 3회, 한국시리즈 MVP 2회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특히 1999년 현대에서 거둔 20승은 지금까지 국내 투수 마지막 20승으로 남아있다.
선수 시절 정 코치는 김 감독과 한솥밥 먹을 기회가 있었다. 2007년을 끝으로 현대가 해체된 뒤 새로운 팀으로 김성근 감독이 있던 SK로 이적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SK가 아닌 KIA로 가게 됐다. 정 코치는 "감독님 밑에서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로도 배우고 싶었는데 일이 잘 안 됐다.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인연이 됐다"고 김 감독과 만남에 기뻐했다.
2008년 현역 은퇴 뒤 2009~2012년 히어로즈, 2013~2014년 롯데에서 6년 동안 투수코치로 재직하고 있는 정 코치에게 한화는 새로운 도전이다. 정 코치는 "코치로서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것도 배울 부분이 많다. 각 팀마다 색깔이 다르고,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 한화에도 그런 색깔이 있을 것이다"고 새 팀에서 활동을 기대했다.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한화행의 의미가 크다. 정 코치는 "국민 감독님께 배우는 만큼 영광스럽고, 앞으로 지도자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선수들에게 가르쳐 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성근 감독도 "정민태 코치와 개인적 인연은 없다. 하지만 현역 시절부터 변화구가 좋았다. 우리팀에 필요한 부분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코치는 "한화는 방망이가 좋지만 투수력이 좋지 않아 지는 경기가 많았다. 투수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투수력만 좋아지면 4강 도전도 가능할 것"이라며 "그동안 주로 1군에서 승부에 집중하다 보니 1군 투수 위주로 봤다. 윤규진과 이태양을 좋게 봤다. 이들의 제구력을 잘 다듬는다면 더욱 좋아질 것이다. 그에 앞서 선수들과 함께 소통부터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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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