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 스타들’ 올해로 티볼을 접어야 하는 사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1.03 09: 26

삿포로돔에 스타가 떴다. 니혼햄의 선수들이 아니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해 티볼 대회에 참여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그 스타들이었다. 그러나 이 대회의 스타들은 조만간 티볼을 접어야 한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티볼에서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수원 동신초등학교는 2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의 삿포로돔에서 열린 ‘제20회 홋카이도지사배 전국티볼대회’에서 승승장구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장애인 팀과 한국과 중국 초청팀을 포함, 총 82개 팀이 참여해 아시아 최고 규모를 자랑한 이 대회에서 일본 지역을 대표해 모인 팀들을 모조리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대회 관계자들이 “기량이 너무 압도적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일부 선수들은 대회 참가자 사이에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결승전까지 홈런 6개를 날리며 매서운 타격 솜씨를 발휘, 대회 관계자들 전체의 이목을 사로잡은 임서영(13) 양이 그랬다. 비록 40m 거리이긴 하지만 삿포로돔의 높은 펜스 너머로 공을 날려 보내는 타격을 과시했다. 이에 경기 중간중간 휴식 시간 때는 중국 초청팀의 선수들이 임 양에게 단체로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임 양은 곧 티볼을 놓아야 한다. 6학년인 임 양은 이번이 티볼 선수로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대회다. 현재 티볼은 교육부의 교과과정상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하도록 권장된 종목이다. 야구 인기를 타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을 비롯한 야구 단체에도 권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지침이 있어도 일선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티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의미다.
동신초등학교 학생들이 딱 그런 사정에 놓여 있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아이들이지만 정작 인근 중학교에서는 티볼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임용식 동신초등학교 감독은 “아이들이 참 티볼을 좋아하고 효과도 많지만 이제 마지막 티볼 대회라는 것이 너무 아쉽다”라면서 “티볼을 시작한 지 4년째인데 졸업한 선배들은 후배들이 대회를 나간다고 하면 1주일 전부터 연습을 도와주곤 한다. 이처럼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티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임 감독은 그 원인을 일선 학교의 전향적이지 못한 자세에서 찾았다. 임 감독은 “교육부에서 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는 귀찮다라는 이유로 티볼 채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티볼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야구 발전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PC방을 떠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재미를 느낀 아이들이 하나의 ‘놀이’를 잃게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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