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해철이 생전 마지막 방송에서 밝은 모습과 함께 특유의 소신 있는 어록들을 남겼다.
2일 첫 방송된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속사정 쌀롱'은 '뇌의 착각-후광 효과'란 주제로 MC들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 가운데 신해철의 여러 주제에 대한 발언들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줬다.
이날 방송에서 MC윤종신은 무대에서 스스로 등을 돌릴 정도로 가사를 수차례 틀리고 실수했던 신인 시절을 회상하며 "그럴 때 등을 두드려 주던 것이 신해철"이라고 신해철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신해철은 "그래서 내가 옆쪽 복도로 데리고 나가서 말했다. 전쟁터에서 죽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닌데 등 돌리는 것은 창피한 것"이라며 함께 당시를 회상했다.

또 신해철은 "대가족에서 자라서 상대에게 맞추는 걸 어려워하거나 굴욕스러워하지 않는다"라면서 "하지만 강요하는 느낌은 참을 수 없다. 데뷔하고 처음 방송국에 갔는데, 제작 프로듀서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 그 사람들이 뭘 가르친 적이 없는데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고, '이 사람을 내가 쓴다'라고 하는 게 싫어서 호칭을 안 불렀다"라고 사회적 호칭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10년 연애을 하고 결혼을 했어도 호칭을 피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후광효과'에 대해서는 "제일 창피한 것은 자기가 후광효과 덕분에 되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모르는 것"이라며, 여우가 가는데 동물들이 다 길을 비켜서 으쓱댔는데 알고 보니 여우 뒤에 사자가 있었다는 동화 이야기를 언급했다.
"선천적인 경우는 태어나니 아빠가 누구더라, 라는 것이고 후천적인 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다. 쥴리안 레논 같은 경우는 아빠가 비틀즈라는 것이 노력을 해서 극복해야 하는 건데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노력'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독설'로도 유명했던 신해철. 그는 "나는 독설한다고 생각은 안 한다"며 "사람의 예쁜 말은 빨리 사라지고, 독설은 뼈처럼 오래남는다"고 소신을 전했다.
'백수'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는 "요즘 사람들을 정신력이 약하다고 할 수 없는 게, 내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오늘 땀을 흘리는 것과 아무것도 디자인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몸이 힘들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가 않아서 못하는 거다"라며 "운전하는 사람이 기름이 떨어졌을 때 보험사에서 나와 주유소까지 갈 수 있게 해 주듯, 최악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복지다. 충분한 사회, 환경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작업실에서 무작정 나오지 않는 곡을 기다릴 때가 있는데, 여기서 뭐라도 일을 하면 생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발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다시는 이작업실로 돌아오지 못할까봐이다. 본인도 힘든데 나태한 자라고 몰아세우면 안 된다"라고 꿈과 계획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신해철은 아내에 대해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결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내가 잘 웃길 수 있고, 내네 잘 웃어주는 여자였다"라며 "내가 쉽게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여자,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면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고인의 유가족과 소속사 측이 “녹화분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뒤에도 방송 결정을 내리는게 쉽지는 않았다. 장시간 고민이 이어졌으며 수차례 논의를 거쳐 방송 당일 오전에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속사정 쌀롱'은 심리 토크쇼를 표방한 JTBC의 새 예능프로그램으로 윤종신, 허지웅, 강남, 진중권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9일 첫 회를 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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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 쌀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