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속사정 쌀롱’ 故신해철 마지막 모습..반가움과 그리움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4.11.03 07: 06

‘속사정 쌀롱’ 첫 방송에 故신해철의 생전 녹화 분이 공개됐다. 솔직한 입담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모습에서 반가움과 그리움이 함께 느껴져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애틋하게 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속사정 쌀롱’은 ‘후광 효과’를 주제로 꾸며졌다. 후광효과는 어떤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가 그 대상의 구체적인 특성을 평가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현상. MC 신해철, 윤종신, 진중권, 장동민, 강남과 게스트 허지웅은 이에 대한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방송은 신해철을 애도하는 제작진의 자막으로 시작됐다. 곧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자 신해철은 “안녕하십니까 신해철입니다. 취미는 란제리 홈쇼핑 방송 보기입니다”라며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했다.

이어, 윤종신이 “MC 섭외 1순위가 신해철이었다”고 말하자 그는 “왜 그랬을 까 모르겠다. 녹화 전에 제작진이 웃기지도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부담 없이 있는 그대로 방송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시작된 방송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속사정 쌀롱’이 됐다. 생전 환했던 그의 모습이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후광효과’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자 신해철은 “제일 창피한 것은 자기가 후광효과 덕분에 되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모르는 것”이라며 “후광 효과는 눈이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라고 거침 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또, 평소 독설로 유명했던 자신의 말들에 대해 “예쁜 말은 살이니까 금방 없어지는데 독설은 뼈니까 오래 남는다”며 독설의 대상이 됐던 상대방들의 입장 역시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출연진은 ‘엄마 용돈 40만원 받아서 여자친구에게 20만원 주는 백수 형’이라는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백수의 노력과 꿈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이에 대해 신해철은 “젊은이들의 정신력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가 운전하다가 기름이 떨어져서 섰을 때, 보험사 직원이 와서 적어도 주유소까지는 가게 해주는 것이 있듯이 최소한을 도와주는 것이 복지”라며, “충분한 사회, 환경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수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며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내가 전혀 수입 없이 모든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곡 작업을 한다고 하자. 알바라도 하면 될 것 같지만 이 작업실에서 발을 못 떼는 이유는 그러면 못 돌아올까 봐 그런 것”이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며, 청춘 백수들에 대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라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도 힘든데 나태한 자라고 몰아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이날 방송에서 “결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가 잘 웃길 수 있는 여자, 내가 잘 웃어주는 여자였다. 내가 쉽게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여자.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며 아내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종신은 “내 데뷔 첫 무대를 신해철과 함께 했다”며, “내가 가사를 다섯 번인가 여섯 번 잊어버렸다. 너무 바보같이 해서 나는 가수를 하지 말아야 하나 했다. 그럴 때 등을 두드려 주던 것이 신해철”이라며 두 사람의 일화에 대해 얘기해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생전 후배들을 잘 보살피고 위해주던 신해철의 모습이 ‘속사정 쌀롱’을 통해서도 전해져 팬들은 그리움에 빠지게 했다.
‘속사정 쌀롱’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그리고 벌써부터 당신을 너무나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편지를 준비했습니다. 처 전해지지 못한 이 마음들이 슬픔을 억누른 한 마디, 한 마디 들이 하늘 어딘가에 있는 당신께 닿기를.. 우리들의 마왕 신해철 그대에게 보냅니다”라는 글과 함께 신해철을 향한 시청자들의 애도의 메시지와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영상으로 전했다. 생전 그의 모습을 보는 행복함도, 그 때문에 더욱 애틋해지는 그리움도 있었던 방송이었다.
한편 ‘속사정 쌀롱’은 심리 토크쇼를 표방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 대해 “방송여부를 놓고 많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고 신해철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야기와 영상을 그를 추모하는 수 많은 팬들과 나누고 싶다는 유가족 분들의 뜻을 받아 어렵게 방송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ara326@osen.co.kr
‘속사정 쌀롱’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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