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초엔 열심히만 했다면, 지금은 확실히 시야가 넓어졌어요."
배우 정일우는 연기 9년차다. 지난 2006년 영화 '조용한 세상'으로 데뷔한 정일우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대대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날렵한 콧날과 하얀 얼굴은 금세 정일우라는 배우를 스타덤에 올렸다.
시트콤으로 인지도를 올렸지만, 이후 정일우는 연기자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영화 '내 사랑'에서 곧바로 주연을 맡는 것은 물론 '돌아온 일지매', '아가씨를 부탁해', '49일', '꽃미남 라면가게', '해를 품은 달', '황금 무지개'에서 연이어 주연으로 활약했다. 그렇게 9년이 지났다.

정일우는 지난달 21일 MBC '야경꾼 일지'를 통해 사극 액션을 펼쳤다. 한복을 입은 채 액션을 펼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님에도, 그는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다양한 감정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9년 연기 내공이 오롯이 드러난 모습이었다.
정일우는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가진 인터뷰에서 "공간 이동한 느낌이다. 한복만 입고 사다가 갑자기 시내에 있으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웃어보였다. 야경꾼 이린에 푹 빠졌던 정일우의 솔직한 소감이었다.
"허무하고 허전한 기분이 많이 들어요. 아무래도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모든 것이 사라지니까 허무한 느낌이 큰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후련하고 해외 나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별로 그런 것이 없었어요. 사극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더 애정을 갖고 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야경꾼일지'는 사극도 사극이지만, 액션과 판타지가 섞인 퓨전 사극이라는 점에서 신선했다. 배우의 입장에서도 접해보지 않았던 독특한 장르였을 것. CG가 섞인 퓨전 액션 속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CG는 촬영할 때 입혀지는 것이 아니라서, 의식하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야경꾼일지' CG팀이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팀이라고 알고 있어요. 후반부에는 편집할 시간이 촉박했을 텐데도 CG작업을 해낸걸 보면 대단해요. 우리 드라마는 다들 너무 고생을 해서 애틋한 감정이 있어요."
'야경꾼일지'는 동시간대 방송한 SBS 대작 '비밀의 문'과 경쟁을 펼쳤다. 월화극 1위를 유지했던 '야경꾼일지'는 '비밀의 문'과의 시청률 싸움에서 당당히 1위를 수성했다. 한석규 이제훈 파워도 '야경꾼일지'를 누를 수는 없었다.
"'비밀의 문'이 시작한다고 했을 떄 부담감이 컸어요. 그렇지만 시청률이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한석규 선배님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해요. 동시간대 방송을 해서 비교가된 것 자체가 저에게는 정말 영광이에요."

정일우는 '야경꾼일지'를 통해 확실하게 스펙트럼을 넓혔다. 액션은 물론 다양한 감정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 호평을 이끌어냈다. 정일우라는 배우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호연을 펼친 것. 더욱이 사극과 액션, 판타지 등 복합적인 장르에 푹 빠져든 모습은 그의 향후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자는 것이었어요. 감독님도 말씀하시기를 연기한 지가 10년 정도 됐으니까 '디렉션 안준다'고 하셨었거든요. 그랬더니 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열심히만 했다고 하면, 이제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흐름에 따라 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물론 아직 부족하죠. 연기에 정말 최선을 다하느냐 안하느냐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하는 동안 '잠을 못 자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후회가 없어요."
87년생인 정일우는 20대 후반의 '잘 나가는' 배우 중 하나. 주연을 꿰차는 남자 배우들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친하기도 한 라이벌 배우들에 대해 물었다.
"86년에서 88년생의 남자 배우들이 작품에 많이 필요하죠. 그러나 저의 존재감을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은 안해요. 그런 생각들은 20대 초반에 했었는데, 이제는 전혀 그러 것이 없어요. 다들 열심히 잘하고 열심히 했겠구나 이런 마음있죠. 저랑 친한 이민호, 김범 등 이제는 서로를 응원해주는 사이가 됐어요. 연말에는 한 번 뭉쳐서 술도 먹고 해야죠.(웃음)"

'야경꾼일지'를 끝낸 정일우는 향후 국내외 팬미팅 일정을 진행하며 미뤄뒀던 스케줄을 소화한다. 동시에 차기작도 검토할 예정.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에 흥미를 느낀 정일우는 액션 스쿨에도 욕심을 냈다.
"느와르 같은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칼을 제대로 쓰는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칼 제일 잘 쓰는 배우가 강동원이라고 하던데, 저도 액션 스쿨 다니면서 칼 액션에 도전하고 싶어요. '일지매' 때 웠긴 했지만 다시 배워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또, 사극 역시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예전에 박근형 선생님이 남자 배우가 사극을 할 수 있는 건 행운이다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사극 연기도 잘 다져서 롱런하라고요. 사극과 현대극의 매력은 다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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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