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랑’ 황정음 “바보라 느낄 때 가장 많이 성장한다” [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11.04 08: 11

배우 황정음은 솔직했다. 작품과 연기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고 정확했다. 또 열정적이었다. 사진 촬영에 임하며 자세부터 각도까지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애교 가득한 목소리에 앳된 얼굴 등 여전히 소녀 같은 그였지만, 속내는 단단했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SBS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 그가 맡은 서인애와 닮은 점이었다.
인애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각종 시련을 겪었다. 비극적인 출생의 비밀에 휘말리는가 하면, 고된 옥살이를 했다. 강간으로 아이를 임신하기도 했다. 정의를 향한 그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았고, 일과 사랑 두 가지를 얻으며 드라마는 마무리됐다. 황정음을 포함해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후반부로 갈수록 불친절한 전개였고, 작품성에서 평가가 엇갈렸다.
“남 탓도 해봤어요. 결국 원점이에요. 나만 힘들어요.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면 제가 그렇지 않게 만들면 되는데, 제가 그렇게 하지 못한 거잖아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또 편해져요. 이 또한 나를 위한 거죠.”

그는 “‘끝없는 사랑’은 편하게 촬영한 작품”이라고 했다. 누구도 그에게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단다. 연기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면서 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찝찝했다. 그는 “작가님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고, 내가 그만큼 표현을 하지 못했다. 서로에게 많이 미안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러브라인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을 언급하자 그는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애는 자신을 버리고 간 남자에게 왜 간 이식 수술을 해줬어요. 사실 이해가 안돼요. 모두에게 반전이었어요. 헌신적인 광철이가 아닌, 옛 연인 광훈이랑 인애가 이어질 거란 건 작가님도 몰랐을 거예요. (웃음) 아무래도 광철이가 아닌 인애의 ‘끝없는 사랑’으로 끝내고 싶으셨던 거 같아요. 아무리 미운 사람도 따뜻한 말 한마디로 묵은 감정이 사라지기도 하잖아요.”
황정음은 지난해 KBS 2TV 드라마 ‘비밀’로 재평가됐다. ‘비밀’은 황정음이 고도의 감정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임을 보여줬다. 그해 K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도 거머쥐었다. 쏟아지는 칭찬에 들뜰 법도 했지만 그는 담담했다. 오히려 “연기 못하면 또 욕먹는다”고 반응했다. 반면 성적이 나빠도 기죽지도 않았다. ‘끝없는 사랑’의 부진에도 제 할 말을 다 했다. 웬만한 일에 흔들림이 없었다.
“내 만족이 가장 중요해요. ‘멘탈’도 강하죠.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처럼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빼곤 사실에 대한 지적이나 비판은 받아들여요. 남들은 천천히 겪는 걸, 걸그룹 활동할 때 확 느꼈잖아요. 그게 끝인가 했더니 산 넘어 산이었죠. 사람은 자신이 바보라고 느낄 때 가장 많이 성장해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하니까요. 좌절하고 멈추면 진짜 바보죠. 해보지도 않고 자신이 결과내리는 거잖아요. 도전하고 해본다는 건 값진 거예요.”
2002년 걸그룹 슈가로 연예계에 입문한 황정음은 2005년 SBS 드라마 ‘루루공주’로 배우로 데뷔했다. 벌써 데뷔 10년차 여배우이지만, 그는 지금도 연기 선생님을 곁에 두고 있다. 의외라는 말에 그는 한 템포 쉰 후 “기본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우는 보여주는 직업이고, 계속 진화해야 한다”며 선생님을 동반자에 비유했다. 이어 “연기는 내가 잘해야 하는 거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선생님이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은 연기를 위함이라고 말하는 그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의상에서도 드러난다. ‘비밀’ 출연 당시 인물의 넉넉지 않은 경제 사정을 표현하고자 여러 회에 걸쳐 똑같은 의상을 입었다. 실제 황정음이 광장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옷들이었다. 황정음의 꼼꼼함 덕분에 ‘비밀’의 진정성은 살아났다. 가난한 여주인공이란 설정에도 값비싼 협찬 의상을 매회 선보이는 이들과 달랐다.
“쇼핑몰을 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돈도 물론 벌지만, 내가 좋아서 해요. 예쁜 옷도 많이 입을 수 있고, 배역에 맞는 옷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협찬만 찾으면 제한적이거든요. 블로그는 쇼핑몰 때문에 시작했어요. 제품 선정이나 사진 촬영은 제가 직접 해요. 여기저기서 협찬 문의가 들어오지만,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고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만 올려요. 그렇다고 블로그 자체에 대한 애정은 없어요.(웃음)”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그에게 20대가 어땠는지 물었다. 자신이 속한 걸그룹의 해체도 겪었고, 슬럼프도 겪었으며, 우여곡절 많은 공개 연애도 했다. 그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며 ‘정말’을 강조했다.
“나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졌고, 그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았어요. 좀 더 치열해도 돼요. 종종 아이돌 멤버들이 나를 롤모델로 꼽으면 ‘열심히 살았구나’ 싶긴 해요. 믿겨지지 않으면서, 더 노력해야겠구나 싶죠. 동시에 그런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거잖아요. 이번에도 ‘끝없는 사랑’을 겪으면서 ‘배우의 길은 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황정음에게 ‘끝없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연기였고, 그는 좀 더 치열해질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다.
 
jay@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