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산다! 김태형 감독, 육상부 부활 선언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1.03 06: 51

두산 베어스가 2000년대 후반 ‘육상부’ 시절의 영광 재현을 선언했다.
2000년대 후반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오재원, 정수빈 등이 포진한 두산은 육상부로 명성을 떨쳤다. 발 빠른 선수들이 대거 라인업에 버틴 두산을 상대하는 팀들은 출루를 허용하면 한 베이스를 더 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과거만큼 위협적인 스피드를 뽐내지는 못했다. 정규시즌 128경기에서 111도루를 기록한 두산은 팀 도루 5위에 그쳤다. 오재원이 33도루, 정수빈이 32도루로 상대 배터리와 내야를 흔들었지만 이들 외에는 두 자릿수 도루를 해낸 선수가 민병헌(16개)밖에 없었다. 도루가 일부 선수들에게만 편중된 것이 문제였다.

지난달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스피드를 강조하고 있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다. (민)병헌이는 도루를 적어도 25개 이상은 해줘야 한다. (김)현수도 사실 발목이 안 좋기는 하지만 도루를 더 해줘야 하고, (김)재호도 더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며 김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분발을 바라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민병헌의 도루 증가다. 민병헌은 올해 24차례 도루를 시도해 16번 성공시켰다. 타율 3할4푼5리, 12홈런 79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나, 도루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이미 시즌 중에도 “시즌이 끝나면 장타가 줄어들게 되더라도 체중 감량을 해서 다음 시즌 도루를 늘리겠다”고 했던 민병헌이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인 빠른 발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 30도루를 해냈던 오재원과 정수빈도 발전의 여지가 있다. 지난 2011년 46도루로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던 오재원은 주장이자 예비 FA로서 의욕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은 정수빈도 타격 폼의 완성도를 더 높인다면 출루율 상승으로 도루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허경민, 박건우, 장민석 등 발 빠른 선수들이 가세하면 팀 도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타순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선에는 큰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다. 본인들이 하던 것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 4번타자가 될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2015 시즌 두산 타선은 올해와 대동소이한 구성을 갖추게 된다.
민병헌의 해결 능력과 적극적인 타격은 김 감독의 1번 기준에도 적합하다. 민병헌은 평소 1번타자로서 지금보다 공을 더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을 표현해왔지만 김 감독은 이에 대해 “1번타자도 좋은 공이 오면 초구부터 쳐야 한다. 상황에 따라 바뀌겠지만, 초구부터 칠 수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민병헌이 타선에서 보이는 공격적인 성향과 딱 들어맞는다.
2번은 오재원과 정수빈 모두 가능하다. 둘의 장점은 각기 다르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둘다 2번이 가능한데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재원이는 공을 강하게 때리는 힘이 있다. 수빈이는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2번에 자리하지 않을 경우 오재원은 6, 7번, 정수빈은 9번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민병헌의 타순이 바뀐다면 정수빈의 1번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오재원은 타격 스타일 상 1번 유형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타순을 그대로 둬도 벤치의 전략이 바뀌면 도루는 늘어날 수 있다. 이번 시즌 도루가 적었던 것은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번트가 잦았던 탓도 있었다. 타순의 구성은 그대로지만, 벤치의 선택과 개개인의 달라진 적극성이 두산 타선의 스피드를 2000년대 후반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