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못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던 전북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11.03 06: 00

"수비는 1주일이면 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전북 현대가 불과 1주일 만에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서울과 원정경기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전북은 21승 8무 5패(승점 71)를 기록하며 2위 수원 삼성(승점 61)와 승점 차를 10점으로 유지, 남은 4경기서 1경기만 이겨도 자력 우승을 달성한다.
이날 전북의 포메이션은 파격적이었다. 이번 시즌 동안 4-2-3-1 혹은 4-1-4-1 포메이션으로 공격적인 운영을 했던 전북은 서울을 상대로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번 시즌 첫 스리백이었다. 서울로서는 허를 찔린 전북의 대응이었다. 당황한 서울은 힘을 내지 못하고 전북에 중원 싸움은 물론 양쪽 측면 침투를 자주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은 이번 시즌 수비적인 운영을 하는 서울을 상대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근 서울전 6경기 연속 무승(4무 2패)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지난 8월 23일 홈경기서 후반 추가 시간에 실점을 해서 1-2로 진 것이 뼈아팠다. 전북은 자신들만 만나면 수비적으로 운영하는 서울이 얄미울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전북은 서울에 복수를 다짐, 경기 내내 철통 수비로 답답하게 만들었다.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리그 최소 실점으로 최강 수비를 펼치던 전북이 수비에 전념하니 서울로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서울은 후반 중반부터 선수들을 교체하며 기회를 엿봤지만 전북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은 "개인적으로 0-0으로 비기려고 했다. 팬들에게 죄송하지만 서울과 경기는 이기려고 준비하면 계속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랬다"고 말했다. 즉 이날 경기서 자신들이 느끼던 답답함을 서울이 느끼게 함과 동시에 우승에 한 발 다가서기 위한 승점 획득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전북의 수비 지향적인 운영은 지난달 26일 수원전에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당시 최 감독은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쉽다. 우리는 (상대들보다) 더 지저분한 텐백을 구사할 수 있다. 수비는 1주일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강희 감독은 자신의 예고대로 서울과 경기가 정해진 이후 3일 동안 스리백을 준비한 뒤 완벽하게 실현에 성공했다.
전북으로서는 스리백과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물론 자신들이 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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