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그는 젊은이들에게 한 줄기 위로를 보냈다. 고인의 마지막은 '힐링'이였다.
언변의 마술사, 혹은 길들여지지 않은 지성. 방송을 보니 故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더욱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 더 이상 함께 숨쉬며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2일 첫 방송된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속사정 쌀롱'은 고인의 생전 마지막 방송이였다. 제작진에 따르면, 고인의 유가족과 소속사 측이 "녹화분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뒤에도 방송 결정을 내리는게 쉽지는 않았다. 장시간 고민이 이어졌으며 수차례 논의를 거쳐 방송 당일 오전에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속사정 쌀롱' MC들 중 가장 섭외가 어려웠다는 신해철은 진지함과 유머를 넘나들며 특유의 촌철살인 발언들을 쏟아냈고 때로는 깊은 공감을, 때로는 생각할 거리를 건넸다. 흔히 '독설'로 그를 규정지었던 것이 미안하게 여겨지기도.
그는 길들임을 거부한 지성이였다. 스스로 "대가족에서 자라서 상대에게 맞추는 걸 어려워하거나 굴욕스러워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강요하는 느낌은 참을 수 없다. 데뷔하고 처음 방송국에 갔는데, 제작 프로듀서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 그 사람들이 뭘 가르친 적이 없는데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고, '이 사람을 내가 쓴다'라고 하는 게 싫어서 호칭을 안 불렀다"라고 사회적 호칭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10년 연애을 하고 결혼을 했어도 호칭을 피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요즘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그의 '백수'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는 "요즘 사람들을 정신력이 약하다고 할 수 없는 게, 내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오늘 땀을 흘리는 것과 아무것도 디자인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몸이 힘들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가 않아서 못하는 거다"라며 "운전하는 사람이 기름이 떨어졌을 때 보험사에서 나와 주유소까지 갈 수 있게 해 주듯, 최악의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복지다. 충분한 사회, 환경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작업실에서 무작정 나오지 않는 곡을 기다릴 때가 있는데, 여기서 뭐라도 일을 하면 생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발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다시는 이작업실로 돌아오지 못할까봐이다. 본인도 힘든데 나태한 자라고 몰아세우면 안 된다"라고 꿈과 계획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적어도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 지 모른 채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 어깨에 손을 올려준 것이다.
MC윤종신이 신인시절 무대에서 스스로 등을 돌릴 정도로 가사를 수차례 틀리고 실수했을 때 그의 등을 두드려 줬던 것처럼 신해철은 '멘탈 약한 젊은이들', '근성없는 청춘' 등의 세대 비판에 맞서며 자신의 시각 대로 청춘들을 감싸줬다. 그는 "사람의 예쁜 말은 빨리 사라지고, 독설은 뼈처럼 오래남는다"고 전했다. 그의 말들은 독설 같은 예쁜 말로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토크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얘기하지만, 신해철처럼 정말 따뜻한 위로와 듣고싶던 말을 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가르치려 들지 않는 진정한 힐링, 고마웠다", "당신의 말을 계속 들었다면, 가치관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는데.."당신이 해줄 많은 이야기가 더 남아 있는데이렇게 가다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마왕의 마지막 모습에 눈물을 훔쳤다.
한편 고 신해철의 부검은 3일(오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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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쌀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