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하던 남녀가 서서히 서로의 매력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다. 너무 자주 봐서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하건만, TV속에 등장하는 남녀의 티격태격 ‘썸’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한 번 설렘을 느끼고 열광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최근 그 중에도 유독 로맨틱 코미디의 맛을 잘 살리는 커플이 있어 눈길을 끈다. KBS 2TV ‘가족끼리 왜 이래’(극본 강은경 연출 전창근)의 ‘으르렁 커플’ 김상경과 김현주 커플이다.
김상경과 김현주는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까칠한 상무 태주와 도도한 여비서 강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하도 서로를 보고 으르렁 대 ‘으르렁 커플’이라고까지 별명이 붙은 두 사람은 닿을 듯 말듯 오랜 ‘썸’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가고 있다.
지난 2일 방송에서 태주는 강심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랑과 동료애를 헷갈리면 안 된다고 조언하는 부친 대오(김용건 분)로 인해 잠시 혼란에 빠졌던 그는 “사랑인지 동료애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키스부터 하라”고 조언한 은호(서강준 분)의 말에 더 고민했다. 그러나 곧 그는 곧 강심과 함께 일하며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에 강심에게 “이제 헷갈리지 않을 자신 있어요. 1% 가능성도 없다고 그랬습니까. 그럼 지금부터 내가 1%씩 만들어 보이겠습니다”라고 고백을 하기도 했다.

태주의 이 같은 기습고백에 강심은 “1%의 가능성도 없다”며 밀어냈지만 역시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해 로맨스에 불을 붙였다.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은 서로를 죽일 듯 미워하던 남녀의 뜨거운 에너지가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랑으로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다. 서로를 골탕 먹이고 헐뜯으며 맹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던 두 사람은 어느새 다시 같은 에너지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데 쏟아 붓기 시작한다.
김상경과 김현주는 누구보다 남녀의 이 같은 감정의 변화를 잘 전달한다. 앙숙이던 시절 태주는 강심을 향해 가차 없이 까칠하게 굴었다. 강심을 아버지의 정부로 오해, 그에게 서슴없이 돈봉투를 내밀기도 했다. 강심은 그런 태주에게 변태 누명을 씌우거나 주먹질, 뺨 때리기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왔었다. 그 과정에서 김상경은 겉은 까칠한 도시남자이나 마음은 여리고 유치한 태주 캐릭터를 코믹하게 그려냈고, 김현주 역시 그런 김상경과 앙상블이 맞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도도한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했다.
공은 역시 연기자들의 연기가 가장 컸다. 한동안 지상파 TV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던 연기파 배우 김상경은 사생활에서는 아저씨가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멋있는 근사한 상무님 역할을 맡아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상무님은 인간미가 살아있어 친군함이 느껴지며, 때로는 좋아하는 여자를 향한 순정파의 모습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김현주 역시 독한 사극 연기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와 전매특허 '똑순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세월에 굴복당하지 않은 미모는 보는 즐거움을 더 배가시킨다.
'로맨틱 코미디' 교과서를 써도 될 정도로 멋진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두 배우가 앞으로는 또 어떤 매력을 선보이게 될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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