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대로 서건창(넥센)과 박해민(삼성)은 무명에 가까웠던 신고 선수 출신이다. 프로 구단들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신고 선수로 어렵사리 기회를 얻었다. 음지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성공의 꿈을 키웠고 이젠 어엿한 2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됐다. 오는 4일부터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에서 신고 선수 출신 서건창과 박해민의 활약 여부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
넥센 하면 대포 군단. 박병호, 강정호 등 거포들의 한 방에 상대 투수들은 고개를 떨구기 일쑤. 박병호와 강정호가 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서건창이 공격의 물꼬를 텄기 때문. 서건창은 올 시즌 타율 3할7푼(543타수 201안타) 7홈런 67타점 135득점 48도루로 1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타율, 최다 안타, 출루율 등 3개 부문 1위는 그의 몫. 서건창에게 더 바라는 게 과욕일 만큼 그의 존재는 돋보였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은 미비했다. 4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8푼8리(16타수 3안타) 1타점 1도루. 서건창의 방망이가 침묵을 지키다 보니 넥센의 공격 루트는 줄어들 수 밖에. 심리적 중압감에서 벗어난다면 서건창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듯. 올 시즌 삼성전 성적은 좋은 편. 타율 3할4푼8리(69타수 24안타) 1홈런 10타점 13득점 5도루.

박해민은 올 시즌 삼성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그가 없었다면 삼성의 4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박해민은 올 시즌 1군 전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한 차례 출장한 게 전부였고 올 시즌 전훈 캠프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1군 승격의 기회를 얻은 박해민은 대수비 또는 대주자 요원에서 1군의 주축 선수로 신분 상승했다.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박해민은 올 시즌 119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7리(310타수 92안타) 1홈런 31타점 65득점 36도루를 기록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누구 하나를 꼽기는 힘들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박해민의 활약이 내겐 즐겁다"며 "전지훈련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선수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재능을 떨치는 모습이 기특하지 않나. 이런 선수들이 자꾸 나와줘야 한다 해민이가 지금의 성과에 절대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해민은 한국시리즈 대비 연습 경기에서는 타율 2할5푼(16타수 4안타) 2득점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데뷔 첫 풀타임을 소화하느라 지쳤던 체력을 회복한 건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서건창과 박해민 모두 소속 구단의 핵심 선수다. 다시 말해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서건창과 박해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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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박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