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해, 유기묘 논란? 신뢰 잃은 TV예능 딜레마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11.03 10: 22

[OSEN=박정선의 티키타카] 가수 배다해가 때 아닌 유기묘 가짜 입양 논란에 시달렸다. 온라인 상에서 불거진 이 논란은 결국 유기묘 보호자의 해명으로 끝이 났지만, 결국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시청자들의 TV를 향한 불신이 짙에 깔려 있었다.
지난 2일 오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TV 동물농장'에서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후 마음의 병을 얻어 음식을 거부하는 유기묘 준팔이가 등장했다. 배다해는 이러한 준팔이의 새 주인이 되길 자청했고, 방송은 훈훈한 감동을 남기며 화제가 됐다.
그리고 온라인 상에는 감동을 채 느끼기도 전에 이를 배반하는 논란이 불거졌다. 배다해가 실제로는 준팔이를 입양하지 않았다는 것. 방송을 보며, 배다해의 선행을 보며 함께 눈물 흘렸던 시청자들은 배신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논란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배다해의 이름이 이날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랭크됐고, 한동안 TV 출연을 하지 않았던 배다해는 때 아닌 그러나 원치 않은 유명세를 치러야했다.

이에 준팔이의 보호자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다. 그는 "오늘 '동물농장'에 방송된 준팔이의 현 보호자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배다해 씨가 준팔이에게 보여준 마음은 진심이었고 지금도 입양을 원하긴 하신다. 다만 그 아이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서 제가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해 씨나 '동물농장' 팀에게 나쁜 말은 하지 말아달라. 속상하다"고 적었다. 그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배다해와 유기묘 입양을 둘러싼 나쁜 소문들은 사그라들었다.
결국은 TV를 향한 시청자들의 불신, 그동안 신뢰를 얻지 못한 TV프로그램의 잘못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사례였다. 특히 리얼을 강조하는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 방송에 등장한 내용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라는 사례가 빈번해왔기 때문. 시청자들은 더 크게 분노했다. 배다해와 준팔이를 보며 눈물 흘렸던 자신이 이들로부터 깜빡 속아넘어갔다는 생각이 이러한 분노를 불러왔다.
이번 'TV 동물농장'의 배다해가 준팔이를 입양하겠다고 결심하는 시점까지만 방송에 담기며 이로 인해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TV가 선사하는 감동을 그대로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는 씁쓸함이 남는다. 아번 일은 그동안 "우리 프로그램은 리얼이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연출된 장면, 극적인 설정 등을 일삼았던 TV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이 잘 나타난 사건이다.
결국은 신뢰를 잃은 TV의 문제다. 이 신뢰 극복은 TV에게 남겨진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이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논란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mewolong@osen.co.kr
'TV동물농장'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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