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슬픈 장면 없이 슬픈 드라마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11.03 11: 12

'미생'이 자꾸만 시청자를 울린다.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린 것도, 키워줬던 부모가 사실은 친부모가 아닌란 것도 아닌데, TV 앞에서 무장해제해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내게 만든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그런 드라마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 '미생'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저 현실에서 있음직한 사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을 뿐인데, 눈시울이 붉어진다.
품이 큰 정장을 입고 축처진 어깨로 등장했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는 고졸 검정고시, 프로입단 실패 등 이력서의 빈칸을 폼나게 채워낼 만한 내용이 하나 없는 인생을 비롯한 그를 둘러싼 모든 게 다 슬프다. 정작 본인은 힘을 내고 현실에 부딪히며 열심히 살려는 데, 그걸 보는 것도 슬프다.

장그래의 상사인 영업 3팀 오상식(이성민 분) 과장과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가 짠한 건 마찬가지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워커홀릭으로 일에 몰두하지만, 상사의 눈밖에 나 진급도 늦다.  지난 6회(11월1일) 방송에서 영업맨으로 학창시절 친구에게 접대하는 갑을관계의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또 티내지 않으려 노력해도, 늘 장그래의 응원군이 되어주는 장면들은 가슴을 울린다.
왠지 모를 밉상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는 장백기(강하늘 분)도 슬프다. 자신의 모든 것을 스펙쌓기에 쏟아부어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 아무것도 하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그저 물끄러미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은 취준생들의 열의마저 꺾어버릴 기세(?)다. '고졸검정고시 출신 낙하산' 장그래를 시기하는 건 밉지만 이해가 되는 모습이기에 또 슬프다.
능력으로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선차장(신은정 분)이 워킹맘으로서 힘든 생활을 버텨가는 모습이나, 모든 것에 척척 만능이었던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가 남성들의 가부장적 사고가 팽배한 상사 자원팀에서 무시와 멸시를 당하며 "죄송합니다"는 말만 연신 내뱉는 모습도 안쓰럽다.
지난 6화에 등장한 '사람 좋은' IT팀 박대리(최귀화 분)가 협력업체 직원은 물론이거니와 부하직원, 가족에게도 쉽고 만만한 상대로만 여겨지는 장면도 그저 착잡한 현실을 담고 있어 절로 눈물을 자아냈다.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미생'을 보고, 이렇게 눈물이 흐른다는 사실조차도 슬프다. 우리네가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그만큼 슬프다는 이야기니깐.
gato@osen.co.kr
tvN '미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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