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으로 직접 본 선수를 아시안컵에 데려가겠다.’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3일 오전 10시 대한축구협회에서 중동원정(14일 요르단, 18일 이란)에 나설 대표팀 선수 22인 명단을 발표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불명예를 뒤집어 쓴 박주영(29, 알 샤밥)과 정성룡(29, 수원)의 동반 선발이 눈에 띈다. 월드컵에서의 저조한 기량으로 국민적 원성을 산 두 선수는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과감하게 선발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슈틸리케는 박주영 선발에 대해 “가장 큰 선발 이유는 아시안컵 최종 명단을 발표하기 전 마지막 소집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이후 득점을 하고 있지만, 최근 활약을 듣는 것만으로 아시안컵에 소집하는 이유로 충분할 수 없어서 직접 보기 위해 소집했다”고 논란을 잠재웠다.
이번에 박주영을 뽑는다고 해서 아시안컵까지 데려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또 월드컵을 뛰었던 선수라고 해서 어떠한 우대도 없다. 단지 박주영을 직접 보고 판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원칙은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슈틸리케호에 처음 승선한 이근호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슈틸리케는 “지난 소집에도 이근호의 발탁 이유를 고민했다. 명단 발표 2주 전 쯤 새로운 리그로 이적하게 됐기 때문에 새로운 리그 적응을 지켜보기 위해서 발탁하지 않았다. 최근 경기에도 계속 나오고, 득점과 도움을 기록했다. 박주영과 마찬가지로 불러서 카타르 리그에서만큼 대표팀에서 활약이 가능한지 지켜볼 것”이라고 이근호의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정성룡의 경우도 K리그를 관전하고 결론을 얻었다. 슈틸리케는 "정성룡의 소집 이유는 월드컵 이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지만, 선수 본인이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에 이번 명단에 소집했다"고 해명했다.
부상을 당한 핵심 선수의 경우 슈틸리케는 직접 구단까지 찾아가 사정 설명을 들었다. 구자철에 대해 슈틸리케는 “한국 입국 전 마인츠를 방문해 구자철의 부상에 대해 마인츠로부터 직접 들었다. 오랫동안 부상을 당한 선수임에도 마인츠의 정보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월드컵에 주장으로 참가한 구자철에 대한 구단의 평가, 지난 주말 경기, 주장으로서 역할 등을 고려해 소집 명단에 포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선수선발에서 철저히 실력과 현재 컨디션을 우선시 하는 슈틸리케의 원칙은 팬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이제 누구나 소속팀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누구도 치열한 경쟁을 뚫지 못하면 국가대표 주전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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