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송하윤 “29살에 박해일 선배를 만나다니”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1.03 16: 13

배우 송하윤은 통통 튀는 TV속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었다. 크게 웃기보단 수줍은 듯 조용한 미소를 지었고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내뱉었다. 때로는 벅찬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여전히 소녀 같은 면 때문일까?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들의 인식에 자리 잡은 송하윤은 어딘지 모르게 똘똘하고 귀여운 후배 혹은 동생 같은 이미지다.
송하윤은 ‘제보자’에서 박해일이 맡은 윤민철PD의 후배이자 조연출인 김이슬PD 역을 맡았다. 앳되고 동그란 얼굴로 선배의 뒤를 따라 일을 척척 해결해가는 에이스 김이슬PD는 영화 속 방송국의 홍일점이었고, 그런 면에서 다소 무겁고 진지하게만 갈 수 있는 영화에 시원한 청량감을 줬다.
실제로 선배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눈을 빛내며 “진짜 형 동생처럼 지냈다”며 “가장 안 챙겨주신 듯 하면서도 가장 사랑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서 마지막 무대 인사하는 날에는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박해일을 비롯한 박원상, 권해효, 이경영 등 영화로 함께 한 선배들은 마치 버팀대처럼 든든하게 영화를 받치고 서 있어줬고 때문에 송하윤은 “다들 아홉수라고 조심하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가장 행복한 29살을 보냈다”고 회상하며 선배들에게 받았던 사랑과 그로 인해 형성된 행복의 기운을 뿜어냈다.

다음은 송하윤과의 일문일답.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우선 첫 장면에서 해일 선배가 등장하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해지더라. 뭔가 막 해일 선배가 아니라 윤민철 선배의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거 같다. 우리 영화 말미에 보면 방송이 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서는 다 같이 ‘수고 했어’라고 인사를 하는데 실제로 나도 똑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찍은 영화가 나오는구나, 다행이다.’ 이런 느낌도 났다. 영화를 보고 무대 인사를 돌고 서로 ‘수고했다’고 하는데 영화와 똑같은 상황들을 겪었다. 찡했다.
-낯을 좀 가리는 성격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도 긴장을 많이 했다고?
영화를 보는데 연석 오빠가 ‘얘는 왜 네가 긴장해?’라고 묻더라.(웃음) 모르겠다. 긴장이 됐다. 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긴장했다. 사실 촬영장 이외의 모든 시간들을 약간 긴장하고 낯가리고 그러면서 보낸다. 집에 가서 나로 지낼 땐 괜찮은데 촬영장 이외에 다른 곳에 있을 때는 어색하고, 말도 좀 잘 못하겠고, 낯가리고 그런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출연은 어떻게 하게 됐나.
배우로서 내 모토가 화려함보다는 솔직해야한다는 거다. 이번 역할이 그런 것과 가장 잘 딱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감독님과 미팅을 했고, 내가 갖고 있는 평소 성향이나 성격을 알려드리고 감독님도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서 이슬이랑 맡는지 안 맡는지 이슬이와 저를 동시에 놓고 비슷한 걸 찾으셨다.
-어떤 부분이 비슷해 보인다고 하던가?
선배님들이나 어른이 보기엔 아슬아슬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 진지한 것 같고 성숙한데 아기 같기도 하고 그런 경계에 서 있는 아슬아슬함, 어느 한 부분에서는 대범하거나 용감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다. 또 몸을 사리지 않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게 생동감 있고 좋다.
-실제로도 그렇게 통통 튀는 면이 있나?
실제론 아니다.(웃음) 그렇지만 연기를 하면서 분주히 뛰어 다기고 해결하는 게 스트레스가 해소 되는 거 같다. 그런 걸로 푸는 게 아닐까? 그런 쪽에 더 많이 끌린다. 영화 캐릭터에서 내지르고 뛰어다니고 해결하고, 표현이 겉으로 많이 묻어나는 게 끌리는 거 같다. 평소에는 많은 분들이 ‘너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웃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웃는 거 같다’고 할 때가 많다. 이번 영화에서는 박원상 선배님이 내 안에 있는 걸 많이 끄집어 내주시려고 하셨다.
-PD 역할을 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있나?
계산적이 되는 순간, 평범해진다. 너무 딱 떨어지는 PD 캐릭터로 가면 안 됐다. 가장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선 해일 선배와 호흡이 중요했다. 계속 같이 붙어 다녔고, 공부도 같이 하고 취재 현장에 몰래 가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구경도 했다. 가장 자연스럽게, 선배는 선배대로 나는 나대로 묻어갔다. 해일 선배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면, 아무렇지 않게 촬영하다가도 ‘이 선배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심하게 정말 잘 챙겨주셨다.
-박해일과 호흡은 어땠나
해일 선배님은 처음 만났는데 그냥 윤민철이었다. 그래서 선배님을 만난 날 나는 ‘어?’ 하고 이슬이가 됐다. 그냥 PD님 자체였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몰입이 됐다. 이 선배님이어서 다행이다. 선배님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를 잡아주셨다.
-멱살도 잡았다고?
촬영 할 때 멱살 잡고 장난도 막 치고 아무렇지 않게 하다가도 집에 가면 ‘나 낯가려’ 이랬다. 그러다 촬영장에 가면 또 아무렇지도 않다가 또 집에 가면 ‘선배가 어려워’ 이랬다.(웃음) 무대 인사가 얼마 전에 끝났는데 버스 안에서 마지막 공식 스케줄을 하는데 선배님한테 ‘사실은 현장에서 지지고 볶고 했는데 집에서 낯 엄청 가렸다’고 말했더니 선배님이 ‘나도 네가 어려웠어’라고 하시더라.
-다른 선배들과는 어땠나? 사랑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진짜 형 동생처럼 지냈는데 가장 안 챙겨주시는 듯하면서 가장 사랑을 주셨던 것 같아서 마지막 무대 인사하는 날도 계속 눈물이 나더라. 얼굴은 웃고 있는데…다들 아홉수라고 사람 조심하라부터 길 조심하라까지 조심하란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는 진짜 가장 행복한 29살을 보낸 거 아닐까 싶다. 늘 행복하다는 말이 붙어 있었다.
-안 좋은 건 정말 하나도 없었나?
개인적인 일로는 인간관계가 원래 어렵다 보니까. 그런 부분 말고는 너무 행복하다. 고요한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진짜 스물아홉의 시간에 이런 선배님을 만나다니. 스물아홉은 끝냄과 시작을 같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너무 좋은 선배님들을 만났다. 30대를 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마음가짐 생각이나 이런 것도 다 준비됐다.
-특별히 박원상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많이 참는 경향이 있다. 표를 내도되는데, 누르고 하는 게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지내다가 힘들면 지워버린다. 지움에 익숙한 상태로 사는데 박원상 선배는 무겁게 가지지 않아도 된다, 편하게 해야 편하게 드러난다고 말씀해주셨다. 설명을 하지 않으셨다. 스스로 자연스럽게 (감정들이) 나올 수 있게 도와주셨다.
-이 영화에 대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줬던 영화인 것 같다. 메시지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담고 있는 게 많아서 그냥 다시 한 번 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거 같다. 흔히 인생을 걸어간다고 말씀하시지만, 혼자 가되 같이 가는 인생을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우리만 갖고 있는 그 착함으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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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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