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주검' 정근우, "감독님 없을 때 더욱 긴장해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1.03 16: 52

"감독님이 안 계실 때 더욱 긴장해야 한다". 
3일 한화 마무리캠프가 치러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이날 일시 귀국할 예정인 김성근(72) 감독이 어김없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아침 일찍부터 불펜피칭장으로 향해 투수들의 투구를 지켜보며 1대1 레슨을 아끼지 않았다. 
오전 11시20분쯤이 되자 김 감독은 예정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이동했다. 김 감독은 잔류군 선수들이 있는 2군 서산훈련장을 직접 보기 위해 이날 일시 귀국, 오는 7일 다시 오키나와로 들어올 예정이다. 한화는 4~6일 3일 동안 김 감독이 없는 채로 훈련해야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이 떠난 뒤에도 한화의 훈련 분위기에는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김광수 수석코치를 비롯해 남아있는 코치들이 똑같은 일정과 강도로 훈련을 진행했다. 핵심 선수 정근우(32)도 예외 없었다. 그는 절친한 김태균과 함께 수비 훈련을 받으며 넘어지고 구르길 반복했다. 
SK 시절부터 김성근 감독의 훈련을 수 년간 겪어 본 정근우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정근우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김성근 감독 밑에서 혹독한 지옥 훈련을 받으며 국내 최고의 국가대표 2루수로 성장했다. 그런 김 감독과 3년 만에 한화에서 재회하게 됐으니 기분이 남다르다. 
점심을 먹은 뒤 찾아온 짧은 휴식시간. 정근우는 '김성근 감독이 비행기 타러 떠났다'는 말에 잠시 웃음 짓더니 이내 긴장한 표정으로 한마디했다. "감독님 안 계실 때 더욱 긴장해야 한다". 정근우는 "어차피 감독님이 안 계셔도 훈련은 계속된다. 감독님이 없을 때 오히려 힘들다. 훈련을 어느 정도 해야 할지 조절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 원더스 출신 송주호에게 "감독님 스타일 잘 알지 않느냐"고 물으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시작 단계"라며 유쾌하게 웃어보였다.
캠프에서 감독이 없으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늘어지는 게 사실이다. 김성근 감독처럼 존재감이 큰 수장이 빠지면 더욱 그럴 듯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없어도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놓았다. 누구보다 김 감독을 잘 안다는 정근우도 바짝 긴장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그의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훈련장을 떠나며 "코치들에게 똑같이 열심히 해줄 것을 주문했다"며 "선수가 덤빌 때 코치도 바뀌어야 한다. 선수의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성근 감독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한화의 마무리 캠프는 변함없이 후끈후끈했다. 초주검 된 정근우의 모습을 보면 모든 게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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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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