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사이코부터 궁상아줌마까지..하늘에 감사해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11.03 17: 31

아직도 누군가는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영화 '숨바꼭질'에서 무섭게 두 눈을 번뜩이며 내 집이라고 외치는 배우 문정희의 모습을 말이다. 또 누군가는 교육열에 불타는 궁상 아줌마, MBC 드라마 '마마'의 문정희를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배우 송윤아와의 '워로맨스(워먼+로맨스)'를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놨으니 그럴법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부당한 대우에 목소리를 높이는, 마트 여직원으로 분했다. 마트 계산대에서 서서 고객들에게 미소짓고 부당한 취급에도 아이를 위해 꾹 참지만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 통지에 목소리를 내는 혜미로 문정희가 돌아왔다.
다양한 변신에 대해 본인은 하늘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굳이 변신을 의도해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게 돼 다행이라는 마음. 도전에 대한 망설임은 없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이미지 변신을 의도한적은 없어요. 한번도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본 적은 없어요. 그냥 하늘에 감사하는거죠. 제안이 오는 것에 대해서 '안할래요'라고 한 적은 없어요. '숨바꼭질'은 여배우들이 기피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하겠다고 했는데 되려 그쪽에서 저를 거부하더라고요(웃음). 여성적인 생김새가 안 된다고 하길래 제가 설득했죠. 하하. '마마'는 따뜻했어요. 저는 '마마'를 다시 하라고 해도 서지은 역을 할 것 같아요. 보여줄수 있는 게 많은 역이었죠. 스펙트럼이 컸고 철없는 여자였다가 자아를 찾아가는 감정적인 스펙트럼이 컸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고 욕심이 났던 거죠. 그리고 '카트'도 관객한테 선사할 수 있는, 그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모습일 것 같아서 선택했고요. 저는 도전에 망설임은 없는 것 같아요."
 
변신에 대한 망설임은 없어도, '카트'처럼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의 출연은 배우로서 망설임이 있었을 법도 하다. 그 역시 그랬다. 게다가 '카트'는 노조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그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노조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카트' 출연이 망설여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바꾼 건 뭐였을까. 바로 역지사지였다.
"처음엔 선입견이 있었어요. 노조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정말 자기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도 있지만 정치적,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노조를 사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저한테는 '시끄러운 소비자한테 불편을 줄 영화를 내가 해야돼'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처음에 저는 소비자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들의 입장이 어떨까, 저들의 입장이 있을텐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반성하게 되는 상황이었어요. 돌아보게 됐죠. 역지사지를 안해보고 항상 내 입장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소비자 입장이냐 마트 계산원 입장에 서느냐 어떤 입장으로 볼 것이냐의 선택은 관객들의 몫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은 다른 입장에서 보실래요 권유드리는 영화이길 바라는거고 문정희라는 배우로서 이 영화를 선택했을때는 분명히 내 허를 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나는 이런 입장이었으나 소비자로서 되려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던 삶이 어려웠겠구나, 정규직도 어려웠겠구나 생각이 들었죠."
남편의 응원도 '카트'를 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문정희의 남편은 이 영화를 적극 추천했다고 했다. 어디선가 소외를 당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카트'가 의미깊다고 말한 남편의 말이 문정희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걸 찍는다고 했더니 남편이 이런 좋은 영화는 꼭 하라고 밀어줬어요. 이 영화는 했으면 좋겠다고 밀어주더라고요. 사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그것을 고발하는 건 영화의 몫은 아닌 것 같고 공감을 이끌어내고 우리의 이야기로 끌고 오는 것이 영화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남편은 그런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의미있는 영화를 하는 걸 응원한다고 해주더라고요. '카트' 촬영이 힘들었지만 가족의 힘을 받았던 것 같아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평상시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갖는 문정희의 성격도 '카트' 출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듯 했다. 쓸쓸히 홀로 생을 마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남 이야기 같지 않다는 문정희는 언젠가는 내 이야기가 될 문제들이라며 그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고 이야기했다.
 
"사회적 약자가 뭔진 모르겠지만 저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소시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억울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호소할데가 있어야 하잖아요. 없으니까 SNS에 작은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뉴스화가 되는 시대가 됐죠. 소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냈을때 누군가에게 들려지게 되고 대안이 마련이 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펼쳐졌으면 좋겠다는게 내 바람이에요. 홀로 생을 마감하는 어르신을 보면 남 이야기같지 않아요. '사회문제' 이러면 거리감이 있는데 '내 문제' 하면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적인 사람, 이런건 잘 모르겠지만 남 이야기가 남 같지 않고 내 얘기로 받을 수 있는게 정치, 사회라고 생각해서 보는 편이에요. 근시일내에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일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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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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