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대한항공, LIG전서 드러난 명과 암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11.04 06: 13

대한항공이 LIG 손해보험에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명과 암이 모두 드러나며 과제를 남겼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오후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홈경기서 LIG에 세트스코어 3-1(23-25, 25-22, 25-23, 33-3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4승 1패(승점 12)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2위 OK 저축은행(3승, 승점 8)과 3위 한국전력(3승 1패, 승점 7)과 격차를 더욱 벌리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 대신 잇몸으로 승리를 낚았다. '주포' 신영수의 부상 공백을 잇몸으로 메우며 선두의 자격을 증명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전 "허리 부상으로 빠진 신영수의 공백이 문제다"라며 "대신 (곽)승석이와 (정)지석이가 해줄 꺼다"라며 남다른 신뢰를 보냈다.
제자들은 스승의 믿음에 50% 보답했다. 곽승석은 29개의 리시브 중 18개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14점(공격성공률 65%)을 올리며 공격에서 승리를 도왔다. 반면 정지석은 공수에서 모두 부진했다. 7점(공격성공률 42.9%)에 그쳤고, 리시브도 19개 중 13개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김종민 감독은 경기 후 "승석이가 공격적으로, 지석이가 리시브를 전담했는데 지석이가 많이 흔들려 재미를 못봤다"고 혹평했다.
당초 생각했던 잇몸들이 반 밖에 역할을 못해줬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잇몸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레프트 공재학(7점)과 센터 이영택(2점)이 그 주인공이다. 둘은 이날 짧은 시간을 뛰며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특히 공재학은 승부처였던 3, 4세트서 중요한 순간 마다 득점을 하며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김 감독도 "공재학과 이영택이 제 몫을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완점도 남겼다. 이날 신영수가 빠지며 공격과 블로킹에서 고전이 예상되긴 했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 감독도 "아무 것도 된 게 없다. 큰 경기든 작은 경기든 마음자세를 바꿔야 한다. 프로 선수로서 약간의 긴장감을 가져야 하지만 발도 못 움직이는 건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이긴 게 천만다행이다. 1세트 하는 거 보고 0-3으로 지겠다 생각했다. 한 선수가 긴장하면 모든 선수들이 비슷해지는데 고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세터 강민웅이 아쉬움을 남겼다. 43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된 마이클 산체스도 "초반에 토스가 안좋아 힘들었다. 어떻게 토스가 오든 공격을 하자고 마음을 먹은 뒤로 잘됐다"고 말했을 정도로 강민웅의 토스는 낙제점이었다. 김 감독은 "민웅이에게 경기 전에도 긴장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는데 시작 전부터 얼굴 표정이 안좋았다. 누가 옆에서 얘기를 해줘도 소용이 없다. 본인 스스로 즐기면서 긴장감을 이겨내야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김 감독은 올 1월 삼성화쟁서 대한항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센터 전진용(8점)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면서 "경기를 통해 본인 스스로가 느끼고 터득할 때가 올 것이다. 신체 조건은 한국 센터 중 최고다"라며 힘을 실었다.
LIG전은 '선두' 대한항공의 명과 암이 모두 드러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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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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