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다투는 자리에 앉아 힘들었던 예전을 돌아본 선수들.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수 이택근과 내야수 강정호의 이번 한국시리즈는 정말 특별하다.
넥센은 지난달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3승1패의 성적으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넥센은 패넌트레이스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와 4일부터 통합 우승을 놓고 7전4선승제의 대결에 들어간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3일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이택근과 강정호는 모두 예전 이야기를 했다. 이택근은 "제가 다시 돌아왔을 때(2011년) 우리가 꼴찌를 했다. 그때 후배들한테 '쉽게 지는 팀이 되지 말고 다른 팀이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되자'고 말했다. 지금은 다른 팀들이 우리를 인정해준다. 그래서 후배들이 고맙다"며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강정호 역시 "처음 우리 팀에 들어왔을 때 '내가 이 팀에서 포스트시즌을 진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지난해 올라갔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서 겨울에 독하게 훈련을 많이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왔는데 정말 후회없이 경기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두 선수는 고용 승계되기 전 팀인 현대의 쇠락기를 함께 했다. 그리고 창단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넥센은 만년 하위권이었다.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팀의 존폐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 속에 있었다. 이택근은 2009년 현금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하며 팀의 어려움을 몸소 겪었고, 강정호 역시 선후배, 동기가 타팀으로 떠나는 모습을 계속해서 봐왔다. 그 역시 끊임없이 트레이드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팀은 이제 재정적으로도 전력 면에서도 건실해졌고 이제 그들의 눈은 우승을 향해 있다. 이택근은 "히어로즈가 창단해서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발을 딛게 됐다. 우리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에 비해 여러가지 스토리가 있고 힘들었던 선수들도 있다. 우리 선수들이나 팀에 더 특별한 한국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땅은 디딜 수록 단단해진다. 넥센 선수단의 팀워크가 다른 팀보다 유독 좋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를 묵묵히 겪어온 선수들이 이제는 우승이라는 단 열매로 보답받을 수 있을까. 넥센의 우승 도전은 '암흑기'를 함께 했던 프런트, 선수단, 그리고 팬들에게 모두 각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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