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국내선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여자프로농구(WKBL) 감독들이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올 시즌 득점력이 뛰어난 외국선수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국내선수들이 어느덧 외국선수들에게 의존하며 소극적이 된 것은 문제다. 외국선수 한 명의 활약만으로 이길 수 없기에 감독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올 시즌 WKBL에는 득점력이 출중한 외국선수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2일 KB스타즈와 KDB생명의 시즌 개막전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21점을 쏟아낸 비키바흐였다. 3일 하나외환 대 신한은행전에서는 19점을 터트린 오딧세이 심스가 돋보였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크리스마스(20점)와 브릴랜드(16점)가 36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외국선수가 잘하는 것은 좋다. 다만 국내선수가 위축되는 것은 곤란하다. 4일 삼성 대 우리은행전이 대표적이었다. 초반부터 경기내용은 모니크 커리(21점) 대 샤데 휴스턴(18점)의 대결구도로 이어졌다. 자존심이 강한 커리는 3쿼터까지 단 4득점으로 부진했다. 삼성은 3쿼터 한 때 20점을 뒤졌다.
그런데 커리가 4쿼터에만 17득점을 폭발시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은 종료 20초전 3점차 까지 쫓아갔다가 아쉽게 주저앉았다. 마지막 공격도 결국 커리가 했다. 그나마 우리은행은 결정적 순간 임영희가 점프슛을 터트렸다. 삼성에는 믿을만한 국내선수가 없었지만, 우리은행에는 있었다. 승패는 거기서 갈렸다.
경기 후 이호근 삼성 감독은 “커리가 욕심이 많다. 볼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다. 국내선수의 볼 소유시간이 적다보니 저득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리의 득점에만 의존하는 농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20점을 이기던 경기를 어렵게 이긴 이유로 “자꾸 외국선수만 찾다보니 그런 현상이 나왔다. 국내선수가 얼마나 외국선수에 의존하지 않느냐가 좋은 성적의 관건”이라며 “샤데의 기록이 나쁘지 않았지만 우리 팀컬러에 부족하다. 미팅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팀플레이를 무시한 외국선수의 고득점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MVP 박혜진은 이날 8점에 그쳤다. 승부처에서 관여를 하지 못했다. 박혜진은 “소극적으로 한 부분이 있다. 한 경기 해보니 마음을 다시 먹어야겠다. 좋은 외국선수가 들어와서 그쪽으로 너무 치중했다. 다음부터 공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뛰어난 외국선수의 등장으로 여자프로농구는 상향평준화가 됐다. 하지만 결국 승부는 국내선수의 활약에 따라 갈리고 있다. 국내선수들이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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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 /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