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송일국의 '현기증', 굳이 이렇게 불편해야 했을까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11.04 08: 10

아주 찜찜하다. 김영애, 송일국, 도지원, 김소은까지 배우들은 캐릭터에 빙의된 듯한 혼신의 연기로 스크린을 채워나가지만 영화 도처에 깔린 껄끄럽고 불편한 모습들이 이들의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없게끔 만든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현기증'은 무너져 내리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사회에 있을 수 있는 모든 '불편함'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인다.
특히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가감없이 꺼내보인 소위 '문제작'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관객들을 만나왔지만 '현기증'은 죽음, 학교 폭력, 자살, 불륜, 병 등 모든 것들을 우겨넣은 듯한 모습으로 불편함을 안긴다.

'현기증'은 평범한 가족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순임(김영애 분)과 큰 딸 영희(도지원 분), 사위 상호(송일국 분) 그리고 작은 딸 꽃잎(김소은 분)의 모습에서 시작하는 '현기증'은 오랜 기다림 끝에 영희가 낳은 아기가 순임의 치명적인 실수로 죽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심한 죄책감과 공포감에 순임은 자신의 죄를 침묵하고 가족들은 그런 엄마에 분노한다. 순임은 점점 감정조절이 어려워지고 가족 모두는 각자 직면한 자신의 고통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수 없어지면서 순임의 가족은 점차 파국으로 치달아간다.
'현기증'의 메가폰을 잡은 이돈구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했다. 극한에 처했을때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하고,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지. 이 생각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극 중 인물들은 모두 극한에 내몰린다. 아기를 실수로 죽인 순임은 물론이거니와 한순간에 엄마에 의해 자식을 잃은 영희, 무기력한 가장 상호, 그리고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꽃잎까지 이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극한으로 점차 다가간다.
그리고 이들과 마찬가지로 보는 이들 역시 극한으로 내몰린다. 감독은 보는 이들에게 잠시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는 온갖 '불편함'이 영화에 가득 담겨있기 때문. 네 명의 인물에게 다가오는 극한 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들은 보는 이들을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무기력함에 잠시 외도를 선택하는 상호, 그리고 꽃잎의 출생에 대한 아픔, 치매 등이 그것.
대부분의 문제작들은 보는 이들에게 공감과 분노를 일으키며 주목을 받아왔다. 영화 개봉의 목적이 주목을 받기 위해선 아니지만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산다는 것은 영화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기증'은 이 점에서 자격 미달이다. 문제를 건드리고 있지만 그저 몰아붙일뿐, 이를 보는 이들에게 공감시키는 능력은 떨어진다. 이렇게까지 불편해야만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증이 들 때도 있다.
때문에 단연 올해 최고의 연기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잃어버렸다. 점점 미쳐가는 순임을 표현해낸 김영애의 놀라울 정도의 열연과 아이를 잃은 슬픔, 그리고 그 주범이 엄마라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영희를 그려낸 도지원, 학교 폭력이라는 공포 속에 살면서 가족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꽃잎, 김소은까지 배우들은 완벽한 연기로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려 최대한 노력했지만 이는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한편 '가시꽃'으로 주목을 받은 이돈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현기증'은 오는 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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