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 단기전에서는 마운드가 탄탄한 팀이 유리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3일 넥센과의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두고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다. 잡을 수 있는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선발 투수도 잘 던져야 하고 타자도 잘 쳐야 하지만 넥센과 경기를 할 때는 허리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삼성의 뒷문을 지켰던 '끝판대장' 오승환(한신)의 공백 지우기라는 과제도 놓여 있다. 삼성 마운드가 진정한 시험 무대에 올랐다고 표현해도 될 듯. 삼성 필승 계투조를 이끄는 쌍두마차 안지만과 차우찬은 "우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최고의 우완 셋업맨이자 홀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안지만. 올 시즌 55차례 마운드에 올라 6승 3패 1세이브 27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3.75. 그는 '오승환 공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승환 공백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간에 있는 투수 모두 고생한다. 승환이형 공백이라고 표현하면 지금껏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들의 땀방울이 허사가 된다. 승환이형의 공백은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임)창용이형도 있었으니까. 앞으로 승환이형에게 축하받을 일만 남았다".

그리고 안지만은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 이야기를 꺼냈다. 선발 릭 밴덴헐크, 차우찬에 이어 0-0으로 맞선 8회 1사 1루서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은 승계 주자 실점을 허용하는 등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승환이 9회 1사 1루서 안지만을 구원 등판해 4이닝을 소화했다.
안지만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난해 내가 부진해서 승환이형이 길게 던졌다. 이번엔 내가 5회부터 던지라고 해도 나가서 던지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안지만은 네 차례 한국시리즈(2005, 2011, 2012, 2013년) 정상 등극의 기쁨을 맛봤다. 그렇지만 우승을 갈망하는 마음은 언제나 똑같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우리도 최초로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그 팀의 한 선수로 그 기록을 원하고 꼭 우승하고 싶다".

좌완 차우찬은 올 시즌 삼성 마운드의 조커로 나섰다. 벤치의 출격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임무를 소화한다. 차우찬은 올 시즌 팀내 계투 요원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82)을 던졌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과부하를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1주일에 3~4경기에 나간다고 마음 먹고 준비했었다.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더 좋다"며 "우리 중간 투수들은 다들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어 한다. 그만큼 벤치에서 신뢰한다는 의미 아니겠나. 동료 투수들도 나를 많이 부러워 한다"고 대답했다.
차우찬은 3주간의 한국시리즈 대비 기간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3주간 쉬면서 체력을 충분히 회복했고 모든 준비를 잘 마쳤다. 이제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현재 컨디션은 최상. 그는 "첫 등판만 잘 막으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5차례 마운드에 올라 12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9탈삼진 2실점 쾌투를 뽐냈다. 아쉽게도 한국시리즈 MVP는 박한이(외야수)의 품에 안겼지만 차우찬이 없었다면 삼성의 사상 첫 통합 3연패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몸상태와 마음가짐 모두 작년과 비슷하다. 오로지 우승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누가 잘 하든 팀이 우승하면 된다. 개인적인 목표도 없다. 모든 경기에 등판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었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차우찬은 "넥센의 공격력이 좋다. 장타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큰 경기에서는 한 방에 경기 흐름이 좌우된다. 제구력에 포커스를 두겠다"고 설명했다.
정규 시즌 내내 궂은 일을 도맡아 온 안지만과 차우찬. 넥센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팀 승리를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 부을 각오다. 그리고 '오승환 공백 지우기'라는 과제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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