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권지영의 깜빡이] 국내 드라마에서 독특하고 만화적인 여자 캐릭터를 꼽아보라면, MBC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의 황메리(이하나 분), KBS 2TV 드라마 ‘예쁜 남자’의 김보통(아이유 분)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내일도 칸타빌레’ 설내일(심은경 분) 정도가 있겠다.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이들은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빈곤한 생활을 하지만, 성격만은 언제나 뻔뻔스러울 정도로 밝고, 대구(지현우 분), 마테(장근석 분), 유진(주원 분)에게 직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인물들이다. 또한 일본식 코미디가 떠오르는 과장된 슬랩스틱 개그와 개구진 표정이 몸에 밴 메리, 보통이, 내일이는 이 외에도 시청률이 모두 신통치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사 하나 빠졌다고? 우울해서 그래요
‘메리대구공방전’은 만화 같은 코믹한 장면으로 웃음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지현우와 이하나의 연기가 압권. 피자 한 판, 동네 슈퍼 알바 자리를 놓고 펼친 이들의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대결이 매회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코믹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다보니, 굵직한 이야기 전개를 펼친 경쟁 드라마 ‘쩐의 전쟁’과의 경쟁에서는 크게 밀리며 마니아 드라마로 명명됐다.

만화적인 에피소드 이후에는 ‘백조’의 짠한 삶이 조명됐다. “돈도 없고 실력도 없고 직업도 없고 남자도 없다”고 자조하는 메리. 돈 몇 만원에 울고 웃고,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에게 마음 깊숙이 안고 있던 생각을 쏟아내는 메리의 모습은 언제나 즐거워 보이는 그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감과 우울함, 또 그것을 떨쳐버리려는 무던한 노력을 엿보게 해 공감대를 이끌어냈지만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바로 보통여자랍니다
‘예쁜 남자’ 보통이는 마테에게 한 눈에 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테의 모든 일을 수발하며 살아간다. 보통이는 남들이 버린 크리스마스 트리의 양말을 주워 가방으로 만들어 쓰는 독특한 정신세계, 패션감각의 소유자. 마테 오빠의 얼굴 한 번 보는 것도 황송해 어쩔 줄 모르는 철부지 막내 동생같은 이미지다. 오빠를 떠올리며 야릇한 상상을 하고, 그를 위해 제 한 몸 바쳐 희생하는 보통이는 마테의 집에 침입해 그의 칫솔, 침대를 접수하며 기뻐하는 모습으로 4차원의 음흉한 재미를 안겼다.
하지만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장근석, 아이유 등 주연 배우들이 호연했음에도 4차원 여주인공의 멀찍이 앞서나간 독특함은 다수의 시청자를 사로잡지는 못했다. ‘예쁜 남자’는 출생의 비밀 등의 코드 또한 묵직하게 녹여내며 인물들의 성장기를 그려내려 했지만, 도무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어 마음 둘 곳 없던 독특한 캐릭터의 향연은 자신이 ‘보통 여자’이라고 외치는 그를 시청자와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었다.

#‘오라방’만 있으면 될까? 발목 잡힌 내일이
‘내일도 칸타빌레’의 내일이는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지만, 하기 싫은 곡도 억지로 쳐야 하는 레슨에 공포심을 느끼는 인물. 그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으로 차유진을 안타깝게 한다. 재밌게 즐기면서 하는 게 뭐, 라고 반문하는 설내일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지만, 과장된 슬랩스틱 개그와 어색한 말투, 억지스러운 표정 등 만화 원작의 일본판 드라마를 의식한 캐릭터에 갇혀버렸다는 평이다.
내일을 향해 도전하는 한음음대 꽃청춘의 성장스토리를 그리는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설내일의 캐릭터는 S오케스트라의 마스코트를 하느라 너구리, 강아지 옷을 입고 웃음을 안기는 부분에 정체돼있는 듯한 모습이다. 차유진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극 안에서 설내일 캐릭터가 이처럼 현재의 간단한 에피소드에 소비되는 캐릭터로 남을지, 틀을 깨고 자신의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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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