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무서운 국민 정서..MC몽 'DISS'의 횃불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1.04 17: 37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MC몽 사건'이 조금 잊혀졌을 때 일이다.
MC몽의 소속사였던 IS엔터테인먼트에 다른 소속 가수의 일로 취재차 들렀던 적이 있다. 회사 직원은 얘기를 하다말고 양해를 구하더니 주위 사람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MC몽 때문이었다.
맞은편 건물에 혼자 있던 MC몽에게 배달 음식을 시켜줬는데, MC몽이 차마 혼자서 배달원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근처에 있던 지인에게 SOS를 요청한 것이다. 지리한 공판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점차 줄어들었을 무렵이었지만 그렇게 MC몽은 일을 함께 해왔던 지인들의 도움 없이는 일상 생활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는 이후로도 사람 많은 식당 등에서 '당당하게' 목격된 적이 없다.

시간이 흘러 MC몽은 어렵게 대중 앞에 섰다. 5년의 공백. 그 사이 대중은 둘로 나뉘었다. 멜론 등 음원사이트에선 MC몽이 실시간차트 1위부터 13위까지 휩쓸고, 이 상당한 성적을 이틀이나 유지해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동안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에는 군가 '멸공의 횃불'이 1위에 올랐다.
MC몽을 그리워했던 이들은 열성적으로 앨범 전체 수록곡을 들었고, MC몽을 용서하지 않은 이들은 군가를 검색하는 열성을 보였다. 가수의 컴백을 두고 여론이 이렇게 극명하게 나뉜 것은 사실상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호감'과 '비호감'이 맞붙으면 '비호감'의 화력이 더 세다. '멸몽'을 목표로 한 일부 네티즌은 MC몽을 지원사격한 동료가수들까지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시청자의 주권'을 손에 쥔 이들은 MBC '무한도전'에 하하의 하차도 요청한다. 연예인 입장에선 가장 무서운 상황. '다른 의견'을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이들의 '비호감'에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어찌됐든 군대 문제다. 그가 발치한 게 고의였던 아니었던, 그렇게 뽑은 게 생니였던 썩은니였던, 어쨌든 그는 군면제를 받았고, 이에는 2년여의 재판이 필요할만큼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고의 발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지만, 그 판결문을 모두가 읽어본 것도 아니고, 그 정도의 관심을 둘 시간과 이유도 없다.
MC몽은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쏟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벌써 옛날 일이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는 아직 '혐의'가 고스란히 있는데 '벌써' 음원차트 올킬이라니, 수고를 들여서라도 막고 싶은 기분, 당연해보인다. 
그럼 MC몽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시 공판을 '재현'이라도 해야 할까. 판결문을 정리해서 브리핑이라도 해야 할까. 당시 법제처가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MC몽은 나이도 많아서 현역으로 받아줄 수 없다'고까지 했었는데(입영 연령(31세)이 초과한 남자가 자신의 뜻으로 군입대를 할 수 있느냐고 병무청이 질의하자 법제처는 이와 같이 결론 내렸다) 지금이라도 다시 보내달라고 더 떼를 써봐야 할까. 연예계에 떠도는 우스개소리처럼, MBC '진짜 사나이'라도 나가야 할까.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유명 토크쇼에 나와 눈물을 흘려도, 구구절절 기자회견을 해도, 팩트와 '호감지수'가 복잡하게 얽힌 일을 두고 싸우는 건 정말 어렵다. 팩트를 대면 감정이 나오고, 감정을 대면 팩트가 나온다. '다람쥐도 알면 안되는' 사랑 얘기라면 또 몰라도, 군문제는 '그땐 그랬다'는 회상만으로는 치유가 어렵다.
그렇게 'DISS'의 횃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이라는 콘텐츠 그 자체가 중요했다. 명령문으로 해석돼 숱한 논란을 낳았던 '미스 미 오어 디스 미(Miss me or Diss me)'는 노래 맥락 속에서 의문문의 일부인 게 드러났다. 라임도 좋지만 왜 그렇게 오해의 여지가 있도록 제목을 지었는지 안타까운 대목이다.
음악 그 자체는 대체로 '감이 여전하다'는 반응이다. 귀에 쏙 들리는 멜로디에, 쉽고 간결한 랩, 한번 들으면 바로 이해되는 직설적 메시지까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
본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음악을 할 환경은 완벽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많은 래퍼들이 성공을 하고 돈을 벌면서 노래할 수 있는 메시지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반면, MC몽은 '사람을 피해 숨은 지하 구멍', '내가 사는 게 독인지 벌인지' 등을 마음껏 노래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왜 '반성'이 없고 '한탄'만 있냐는 반응도 있는데, 사실 '자기 연민'은 아주 예전부터 MC몽의 캐릭터 그 자체이기도 했다.
다른 래퍼들의 자기애가 공격적으로 드러난다면, MC몽의 자기애는 자기 비하 혹은 자기 연민으로 발전한다. 그의 히트곡은 아무리 신나는 곡에도 '신파'의 감성이 있었다. 그가 KBS '1박2일'에서 웃음을 줬던 방식도 뭐라도 열심히 하겠다며 까나리액젓을 원샷하는 '자학' 스타일이었다. 병역 비리 혐의로 내사 중인 사실이 알려진 후 처음 올린 글 역시 팩트 전달보다 자신의 억울한 감정, 힘겨운 상황을 묘사하는 내용이었다.
공판 최후 변론에서도 그는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재판에 임해오면서 무죄, 유죄는 더 중요하지 않게 됐다.(중략)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최근 1년 동안 집밖에 못나갔다. 사람들과 눈도 못마주친다. 마음의 병도 싶어져, 난 이미 죽은 사람이다. 어디까지 얘기해야 믿어줄지, 너무 힘들다. 모든 게 내 탓이다"고 자책 했다.
이런 자책과 자기연민, 어려운 상황들은 5년의 공백 이후 내놓은 앨범에서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고, 이틀간 음원차트 1~10위권을 점령해버리는 괴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렇게 'MISS'의 한 축이 굳건하다. 
이 굳건한 'MISS'에 맞서, 당연히 'DISS'의 횃불은 가열차게 열기를 뿜는다. 그렇게 'DISS'의 횃불은 더더욱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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