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연민정 혹은 '원초적 본능'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1.05 07: 05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할리우드 영화 '나를 찾아줘'가 인기다. 완벽한 커플에서 오싹한 부부가 돼 가는 두 남녀의 심리전을 스릴감 있게 그린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캐릭터 연민정을, 누군가는 영화 '원초적 본능'의 주인공 샤론 스톤을 떠올린다. 영화 자체의 평가를 떠나 어쨌든 많은 얘기가 나오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1992년 '에이리언 3'로 데뷔한 후 23년여만에 최고 흥행작을 냈다. 극 중 벤 에플렉-로자먼드 파이크 부부의 이야기를 보며 "막장이 따로 없네"라는 대사가 등장하 듯, 이른바 우리나라 막장 가족드라마에서 자주 본 듯한 설정과 캐릭터에 '한국인의 입맛에 유독 맞는 영화가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나를 찾아줘'의 흥행은 전세계적이다. 2주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것과 더불어 북미에서는 스릴러 장르 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데이빗 핀처 개인적으로는 '셔터 아일랜드'를 제쳤음은 물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최종 스코어를 뛰어넘고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또한 전세계 16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그래도 '나를 찾아줘'의 흥행 신드롬은 국내에서 좀 더 뜨겁다는 분석이다. 구미를 당길 만한 한국영화가 그래도 꽤 개봉했지만, 비수기란 한계를 넘을 수 없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준 영화가 이 '나를 찾아줘'다. 개봉 첫날부터 2주차까지 쟁쟁한 한국 영화들을 사뿐하게 제치고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셔터 아일랜드'를 뛰어 넘고 4년 만에 역대 외화 스릴러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영화의 흥행에는 여주인공 로자먼드 파이크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 데이빗 핀처라는 브랜드와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할리우드 배우 벤 에플렉이 간판이지만 실상 영화를 보고나면 대부분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로자먼드 파이크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이기도 하다.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에이미는 극 중 동화의 제목처럼 '어메이징'하다. 나쁜 쪽으로. 극 중 에이미는 국민적인 인기를 모은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의 모델인 인물. 행복한 삶을 꿈꾸던 '쿨한 여자' 에이미는 이상형과도 같았던 남자 닉(벤 에플렉)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지만 서서히 찾아오는 권태기와 달라지는 남편과의 관계를 맞딱뜨리며 고뇌에 빠지게 된다.
영국 런던 출신인 로자먼드 파이크는 에이미의 변해가는 복잡한 내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마치 1인 3역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초반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시기, 결혼 5주년을 맞아 사라진 이후, 그리고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는 후반부에서 각각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듯 하다.
이 과정에서 에이미는 살인, 살인미수, 범죄 은닉 등의 다양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협박과 거짓말에도 능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악행이 극에 달하는 핏빛 베드신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
영화를 보고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 절로 생각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 인기 많았던 드라마가 종영한 지 얼마 안 됐고, 극 중 이유리가 분한 연민정이 역대급 악녀로 대중에게 워낙 강한 각인을 시켰기 때문이다. 연민정과 에이미의 공통점이라면 못되긴 하나, 묘한 매력으로 자꾸 보고 싶은 중독성을 일으키는 캐릭터라는 것이다. 또한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정 부분 여성들의 공감을 얻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폴 버호벤 감독의 '원초적 본능'을 언급하면 이 영화의 여주인공 샤론 스톤과 비교하는 반응도 종종 볼 수 있다. 남자를 옭아매는 섹시한 악녀 캐릭터가 에이미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 에로틱한 스릴러란 점에서도 분위기가 유사하다. 하지만 로자먼드 파이크의 경우 샤론 스톤의, 전설처럼 회자되는 의자신 같은 좀 더 강렬한 '한 방'이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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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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