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들의 맞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릭 밴덴헐크(29, 삼성)와 앤디 밴헤켄(35, 넥센)이 잘 던지며 팽팽한 투수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두 선수는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란히 선발 등판해 비교적 호투했다. 밴덴헐크는 6⅓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4사사구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20승을 기록했던 밴헤켄은 역시 6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두 선수는 비슷한 이닝, 같은 자책점을 기록하며 개인적인 승부는 가리지 못했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들의 대결이었다. 밴헤켄은 7년만의 20승 고지를 밟았고 밴덴헐크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에서 가장 꼭대기에 섰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밴헤켄(4경기 평균자책점 2.22)이 밴덴헐크(6경기 4.95)보다 다소 나았지만 지난해 밴덴헐크가 ‘큰 무대’에서 보여준 강한 인상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다. 그리고 양상은 예상대로였다.

밴덴헐크는 1회 최고 156㎞의 강속구를 던지며 힘으로 넥센 타선을 상대했다. 극단적인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로 정면승부를 벌였다. 두 차례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는 등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힘 있는 공은 효과가 있었다. 이에 비해 밴헤켄은 노련했다.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으로 승부했다. 삼성 타자들이 포크볼을 노리는 것을 간파하고 승부구로 직구를 적절히 사용하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다만 장타 허용이 옥의 티였다. 밴덴헐크는 3회 연속 장타를 맞은 끝에 2실점했다. 선두 서건창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맞았고 이어 로티노에게 던진 슬라이더도 통타당하며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가 됐다. 이후 강정호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1점을 더 내줬다. 밴헤켄도 3회 장타에 아쉬움을 남겼다. 선두 김상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밴헤켄은 나바로에게 던진 포크볼(127㎞)이 밋밋하게 들어가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동점 2점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그 이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끌어간 것은 두 선수의 기량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밴덴헐크는 4회 이후 안타 하나만을 허용하며 넥센 타선을 묶었다. 밴헤켄 역시 홈런 이후 탈삼진 5개를 비롯, 6회까지 12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삼성의 분위기를 잠재웠다. 1차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선수는 만약 5차전이 필요하다면 다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skullboy@osen.co.kr
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