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초 경험의 삼성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넥센은 플레이오프서 보여준 장점을 그대로 살리며 디펜딩 챔피언에 일격을 날렸다.
넥센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투수진의 호투와 강정호의 역전 투런포를 앞세워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넥센은 한국시리즈 첫 승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넥센의 야구는 한국시리즈서도 플레이오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선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것과 불펜의 운용도 플레이오프와 비슷했다. 게다가 결정적인 홈런으로 승리한 것도 넥센의 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무엇보다 넥센은 양(量)보다는 질(質)을 추구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

넥센은 단기전인 만큼 핵심 선수들 몇 명을 앞세운 플레이로 상대방을 압박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투수 운용에 대해 항상 “선발 다음에는 가장 강한 투수를 투입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점수 차에 따라 다르지만 단기전과 같이 비교적 점수 차가 적게 나는 상황서는 강한 투수를 먼저 내보내 승기를 잡는다는 계산이다.
현재 넥센의 야구는 염 감독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넥센은 2~3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도 필승조를 가동한다.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플레이오프서부터 어떤 상황에서든지 등판해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비록 플레이오프 2차전서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2번의 실패는 없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확실히 질(質) 좋은 야구로 삼성에 승리했다. 염 감독이 경기 후 이날 경기에 대해 “100점 만점에 98점”이라고 할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승리였다. 에이스 앤디 밴헤켄이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뒤 필승조 조상우가 2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으로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그리고 마무리 손승락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넥센은 2차전서 핸리 소사가 선발 등판한다. 소사는 플레이오프서 3선발 체제의 핵심이었고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해 4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3일 휴식 후 4차전에 다시 등판한 소사는 오히려 더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6⅓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짧은 휴식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다. 이로써 넥센은 염 감독의 계획대로 휴식을 취한 상태로 삼성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이제는 삼성을 상대로도 3선발 체제가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다. 또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는 필승조 3인방이 연투에도 불구하고 삼성 타선을 제압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우선 1차전서 조상우가 2이닝을 소화하면서도 25개의 적은 투구수를 기록해 2차전 등판도 충분히 가능한 상항이다. 손승락도 15개의 적은 공을 던져 충분히 연투가 가능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로 1차전서 승리한 넥센의 경기 운용은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투입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팀이다. 하지만 같은 패턴 속에서도 매번 호투를 펼치는 필승조, 그리고 적시에 터지는 홈런 한 방은 상대 팀으로서 쉽게 막을 방법이 없다. 과연 넥센이 남은 한국시리즈 경기서 양(量)으로 승부하는 디펜딩 챔피언 삼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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