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2, 레버쿠젠)이 케르자코프(32, 제니트)에게 진 빚을 141일 만에 시원하게 갚았다.
레버쿠젠은 5일 새벽 2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프스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EFA) 조별리그 C조 4차전에서 두 골을 몰아친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제니트를 2-1로 눌렀다. 승점 9점의 레버쿠젠은 C조 선두를 질주하며 16강 진출이 유력해졌다.
제니트에는 브라질 국가대표 헐크 등 낯익은 선수가 여럿 있었다. 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었던 러시아 국가대표들도 다수 포진했다. 그 중에서도 케르자코프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우리와 악연이 있는 선수다.

한국은 지난 6월 18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에서 러시아와 만났다. 한국은 후반 23분 이근호가 선취골을 뽑았다. 하지만 후반 28분 케르자코프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첫 승이 좌절됐다. 이후 분위기가 꺾인 한국은 알제리(2-4패)와 벨기에(0-1패)에게 연패를 당하며 1무 2패로 탈락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케르자코프였던 셈이다. 손흥민은 당시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지만, 옐로카드를 지적받는 등 체면을 구겼다.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손흥민은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치며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 반면 빈공에 시달린 케르자코프는 후반 34분 론돈과 교체됐다.
손흥민의 멀티골 대활약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빚을 시원하게 갚아주는 통쾌한 맛이 있었다. UCL무대에서 두 골을 폭발시킨 손흥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서 세계에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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