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선이 침묵했다. 장기 휴일에 이은 타격감 저하가 도드라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털어내느냐가 이번 시리즈의 명운을 쥐고 있다.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은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4로 졌다. 불펜 싸움에서 패한 것도 뼈아팠지만 역시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타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삼성은 상대 선발 앤디 밴헤켄과 뒤이어 등판한 조상우 손승락을 공략하지 못하고 4안타 2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2득점도 나바로의 홈런포 한 방에 편승했다.
정상적인 공격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침묵했다. 네 선수는 도합 15타수 1안타로 꽁꽁 묶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경기 후 “나바로의 2점 홈런 이후 특별한 찬스가 없었다. 야구라는 게 중심타선에서 타점, 홈런이 나와야 하는데 연결이 안 됐다”라며 이날 패인을 타선의 침묵으로 짚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했다. 너무 오래 쉬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는 10월 16일이었다. 그 후 18일을 쉬고 이날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의 체력, 특히 투수들의 체력은 ‘완충’이 된 상황이었지만 타자들의 실전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꾸준히 훈련을 하고 연습경기를 치렀지만 아무래도 한국시리즈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주기는 어렵다.
실제 삼성은 최근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1차전 타격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2011년에는 SK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역시 SK와 맞붙은 2012년에는 3-1 승리였다. 그나마 3점 중 2점은 이승엽의 홈런포로 나왔다. 마운드가 힘을 발휘했을 뿐 타격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이다. 마운드가 버티지 못한 지난해에는 두산에 2-7로 지기도 했다. 4년 성적을 포함하면 1차전 총득점은 4경기에서 9점에 불과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제 관건은 이를 얼마나 빨리 털어내느냐다. 삼성은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접전에도 7안타 1득점에 그쳤다. 무수히 많은 볼넷을 얻어내고도 득점에 번번이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후유증은 4차전까지 계속 이어지며 결국 1승3패로 몰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최대한 빨리 타격감을 올려야 초반 레이스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망은 반반이다. 삼성은 올 시즌 팀 타율이 무려 3할1리에 이르렀다. 타선이 고르게 터진다는 것은 삼성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1차전에서 몸을 푼만큼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힌다. 넥센도 4차전 이후에는 투수들의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버티면 버틸수록 삼성이 유리하다. 다만 1차전 선발인 밴헤켄과 2차전 선발인 소사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타격감이 아직은 정상이 아닐 공산이 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삼성이 2차전에서는 어떤 타격을 보여줄까. 타격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초반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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