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웅이 필요 없어. 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 네가 경기를 망치고 있어!”
강을준 전 LG 세이커스 감독이 독단적인 개인플레이를 펼치던 아이반 존슨을 향해 내뱉은 일갈이다. 최근 코비 브라이언트(36, LA 레이커스)에게도 해당 되는 말이다.
레이커스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에서 피닉스 선즈에게 106-112로 패했다. 개막 후 5연패를 당한 레이커스는 NBA 30개 팀 중 전체 최하위로 전락했다.

이날 브라이언트는 39점을 넣었지만 혼자서 무려 37개의 슛을 쏴서 14개를 넣었다. 야투 성공률이 37.8%에 불과했다. 레이커스가 던진 총 88개의 슛 중 절반가까이를 혼자 던졌다. 브라이언트의 막판 3점슛 성공으로 레이커스는 2점차 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애초에 브라이언트가 팀플레이를 하면서 효율적으로 공격했다면 레이커스가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평균 27.6점을 올린 브라이언트는 득점랭킹 2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커스는 5연패를 당해 리그 최하위가 됐다.
최근 브라이언트는 지나치게 자신의 득점을 고집하며 팀플레이를 해치는 독단적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경기당 24.4개의 슛을 쏴서 9.8개를 넣고 있다. 야투율이 40.2%에 불과하다. 3점슛은 30.4%, 자유투 역시 75%로 저조한 편이다. 고득점을 올리고 있지만 팀은 패하고 있다. 유난히 승부욕이 강한 그이기에 더 이해가 가지 않는 플레이 내용이다. 이제 브라이언트는 판타지리그에서만 환영 받는 선수가 돼가고 있다.
브라이언트가 무리를 하는 것도 일견 이해는 간다. 같이 뛰어줄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레이커스 선수구성은 흡사 대학생들을 모아 놓은 느낌이다. 자비에 헨리(캔자스), 에드 데이비스(노스캐롤라이나), 웨슬리 존슨(시라큐스), 라이언 켈리(듀크), 줄리어스 랜들(켄터키) 등은 대학시절 나름 한 가닥 했지만, 프로에 순탄하게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이다.
스타군단이었던 레이커스는 파우 가솔과 드와이트 하워드의 이적, 스티브 내쉬와 신인 줄리어스 랜들의 시즌아웃으로 젊은 선수들로만 채워졌다. 베테랑 카를로스 부저를 영입했지만 평균 10.4점, 5.6리바운드로 부진하다. 제레미 린 역시 10.8점, 5어시스트로 기록은 나쁘지 않지만, 야투율이 37.8%에 불과할 정도로 내용이 좋지 않다. ‘린새니티’의 재림을 기대했던 레이커스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승부욕이 강한 브라이언트가 왜 이토록 득점에 집착하는 것일까. 현재 그는 통산 3만 1838점을 기록하며 NBA 역대 4위에 올라있다. 마이클 조던의 3만 2292점 3위 기록에 불과 454점차로 근접했다. 그가 현재 평균득점 27.6점을 유지한다고 가정한다면, 17경기만 더 뛰면 조던을 넘을 수 있다. 브라이언트가 지나치게 조던의 기록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1996년 레이커스에 입단한 뒤 19시즌 째 한 팀에서만 뛰고 있는 팀의 얼굴이다. 하지만 최근 그의 뉴욕 닉스 트레이드 소문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 선수는 “현재 NBA에서 아무도 코비 브라이언트와 함께 뛰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그의 성격을 지적했다.
지난 시즌 브라이언트는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6경기만 뛰고 시즌아웃됐다. 그가 정상적인 몸 상태를 되찾아 여전한 폭발력을 보여주는 것은 다행이다. 만 36세의 선수가 마음만 먹으면 한 경기 39점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다만 레이커스의 공격이 지나치게 브라이언트에게 편중된다면 앞으로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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