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3' 이종범 "살 떨림+짜릿한 쾌감 느껴"[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11.05 17: 18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이하 '더 지니어스3')이 어느덧 중반에 도달했다. 지난 시즌2 당시, 초중반부터 뜨거운 이슈를 불러모았던 '더 지니어스'는 현재까지는 꽤 잠잠한 상태. 개그맨 장동민이 예상외의 활약을 보이고, 최연소 출연자 오현민이 돋보이는 두뇌 플레이로 선방하고 있지만 여태껏 소름돋는 필승법이나 식은땀을 나게 하는 반전은 등장하지 않았다.
'논란'이 될 문제가 없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매력적인 장면이 보이질 않았다는 건 이번 시즌이 다소 밋밋하게 흘러갔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13명의 플레이어 중에는 우승후보로 손꼽히지도 않고, 하위팀에도 분류되지 않는, '애매모호한 포지션'에 속한 참가자도 몇몇 눈에 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화면에 '잘 보이질' 않는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만화가 '이종범'이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 속에 등장한 프로스트 교수처럼 심리학에 능수능란한 천재를 은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미세한 몸짓이나 손짓, 눈동자의 움직임 만으로 상대의 의중을 꿰뚫는 능력을 리얼리티 게임쇼에서 기대했던 건 역시 무리였다. 5개의 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종범, 그를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클로킹, 어글리 섹시, 혹성탈출…셀프디스 '풍성'
"TV를 통하면, 한 발짝 떨어져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난 판을 흔드는 쪽이 아닌, 관망하는 입장이더라. 화면으로 보면 '저기선 치고 나가야 하는데…'라는 아쉬움도 느껴지기도 했다."
총 5명의 탈락자가 나온 현재, 이종범은 여전히 생존 중이며, 큰 위기도 겪지 않았다. 남들보다 앞서거나 뒤쳐지면 오히려 타깃이 되어 탈락자가 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그의 플레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을 택하는 쪽이 초중반엔 분명 생존 활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초반부는 철저한 본능이었다.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했던 것도 있다. '클로킹'이라고 있질 않나?(웃음) 방송은 늘 판을 쥐고 흔드는 몇 명을 위주로 편집이 된다. 거기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느냐로 '병풍'(존재감이 없는 참가자)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난 '병풍'까지는 아니지만, 아직 활약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던 건 맞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출신의 웹툰 작가 이종범. 게다가 라디오 진행 경험까지 있어 인터뷰 중에도 시종 상당한 말솜씨를 드러냈다. '더 지니어스3' 내에서 -주로 방송인들이 맡았던- 게임 방식을 재차 곱씹고, 지난 회차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언급하는 모습은 이런 DJ 경험의 산물이다. 라디오와 달리 TV 출연에는 그다지 익숙지 않았던 그는, 처음으로 화면을 통해 바라본 자신의 모습에서 '어글리 섹시'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흔히 일반인 출연자들이 자기자신의 목소리나 말하는 방식을 보고 놀라는데, 난 라디오 DJ 경험으로 충분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대신 외모에 대한 부분은 뭔가 여실히 느꼈다. 아, 내가 진짜 '어글리 섹시'구나 하고.(웃음) 웹상에서 날 그렇게 부르더라. '섹시'를 붙여준 게 어딘가. TV로 보는 내 모습은 샤워 직후 거울로 보는 내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걸 적나라하게 보니깐 영화 '혹성탈출'을 보는 것 같아서, 꽤 재밌었다."
◆ '더 지니어스3' 참여? 살 떨림+짜릿한 쾌감
그는 지난해 '지니어스2' 당시 논란이 한창 커졌을 무렵, 호기심에 이끌려 '더 지니어스'의 세계에 첫 발을 깊이 들여놨다. 최초 진입장벽은 높지만, 한 번 빠지면 몰입도가 상당하다는 '더 지니어스'의 특성으로 쉽게 팬이 됐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즌2에 중간 유입한 그는 '원주민'이라기보다는 '이주민'에 가깝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시청했다. 제작진이 무엇을 하려는지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통상적으로 만화가들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 '욕망'과 '두려움'을 그려둔다. 다만, 실제 사회에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표면에 드러날수록 타인의 경계를 받기에, 블러(흐릿하게 만들다) 처리한다. 그런데 '더 지니어스'는 오히려 이 두 가지 요소를 또렷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한국인은 '욕망'과 '두려움'을 감추는 데 익숙하기에, '더 지니어스'라는 콘텐츠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더 지니어스'가 타 프로그램에 비해 논란에 쉽게 노출되는 것 역시 이런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 이종범은 그렇게 시청자로, 콘텐츠 제작자로 유심히 바라보던 '더 지니어스'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 외부자에서 내부자가 된 기분은 어땠을까.
"스릴 넘치고 즐거웠다. 난 게임을 좋아한다. 잘 만들어진 세트 안에서 게임에 몰입할 기회를 누가 얻을 수 있겠나. 만화도, 게임도 그 속에 온전히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더 지니어스'는 실제로 게임 안으로 들어간 경우다. 좋지 않나? 굉장한 기회를 '선물'로 받은 기분이라 이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나이가 서른 중반이 되면 자신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을 현명한 해상도로 확인하는 기분도 든다. 살 떨림도 있고, 짜릿한 쾌감도 느낀다."
◆ '더 지니어스'의 필승법은…?
대다수가 내로라하는 명문대 출신, 직업도 특기도 제각각인 13명이 한데 모였다. 그리고 매회 다른 메인매치로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인다. 이 '더 지니어스'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학벌? 아이큐? 눈치? 연맹?
"모두들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게임에 들어간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무기 중에서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뭘 더 잘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게임을 잘한다 생각했어도 막상 그 안에 오현민, 김유현 등이 있다면 내겐 두 번째 능력치일지라도 그들보다 나은 걸 찾아야 한다. 게임을 간파해 플랜을 짜는 게 현민과 유현이었다면, 난 그 플랜에 필요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데려오는 걸 택했다. 덕분에 초중반 견제대상에서 제외됐다. '필승법'을 떠올린 누군가는 필요한 이들을 모으는 데 나를 이용했다. 서로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경우다. 게임 안에서 자신의 롤을 제대로 파악해내는 것, 그게 능력이다."
자신만의 '더 지니어스' 필승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도'다.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데스매치를 갔을 경우엔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약한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간파하고, 그걸 도와줄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해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이해도 역시 중요한 무기가 된다. 결국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필승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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