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의 간판 타자가 나란히 홈런을 하나씩 날렸다. 그러나 홈런이 준 효과는 확연히 달랐다.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넥센 히어로즈에 7-1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날 1차전에서도 홈런을 터뜨렸던 야마이코 나바로, 그리고 이승엽의 투런홈런이 승부을 결정했다.
특히 ‘국민타자’ 이승엽의 홈런은 선발 윤성환의 호투 속에 삼성이 승기를 잡아 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팀이 3-0으로 앞서던 3회말 1사 2루에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상대 선발 헨리 소사를 맞아 초구에 들어온 낮은 코스의 포심 패스트볼(147km)을 걷어올려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홈런(비거리 120m)을 터뜨렸다.

이승엽의 이 홈런 하나에 경기는 5-0으로 바뀌었다. 넥센의 공격이 많이 남아있었으나, 윤성환이 마운드에서 빼어난 투구를 하고 있어 5점의 리드는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차이로 느껴졌다. 이승엽이 전매특허인 홈런으로 넥센의 추격 의지까지 꺾고 승리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삼성이 5점을 리드한 이후에는 경기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박병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박병호는 팀이 0-6으로 뒤져 있던 4회초 2사에 삼성 선발 윤성환을 두들겨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박병호 역시 윤성환의 초구를 노렸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커브(115km)가 들어오자 지체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추격의 솔로홈런(비거리 130m)이 됐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홈런이 되지는 못했다. 이승엽의 홈런에 경기는 이미 넘어간 듯 보였고, 박병호의 추격포에도 분위기는 넥센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넥센 타선은 박병호의 솔로홈런 외엔 침묵하며 윤성환을 비롯한 삼성의 마운드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3회말까지 매 이닝 실점한 소사가 부진한 탓도 컸다.
항상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한 방을 자랑하는 이승엽은 이날 박병호와의 신구 거포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이승엽의 대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삼성 마운드가 지켜낼 수 있는 5점의 리드를 안겼다. 이후 추가점까지 나와 넥센이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병호와는 한 박자 차이였지만, 그 차이는 컸다.
한편 이승엽은 이날 홈런을 통해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단독 1위 기록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 경기 이전까지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함께 13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선두였던 이승엽은 14번째 홈런을 작렬시키며 정규시즌 통산 최다 홈런(390개)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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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