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8, 삼성)하면 홈런이다. 칠 때마다 새 한국프로야구 홈런의 새 역사다. 그런 이승엽이 가을 무대에서도 신화가 됐다. 이제 가을 잔치에서 홈런으로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선수는 없다.
한국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신화’ 이승엽은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홈런포를 터뜨렸다. 팀이 3-0으로 앞선 3회 2사 2루 상황에서 넥센 선발 핸리 소사의 초구 직구(147㎞)를 제대로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비거리 115m)을 때렸다. 경기 초반 흐름을 완전히 제압하는 한 방이자 자신의 올 시즌 한국시리즈 첫 안타였다.
이후 삼성이 시원하게 득점하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이승엽의 한 방은 큰 가치가 있었다. 만약 이승엽이 이 타석에서 물러났을 경우 흔들리던 소사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승엽의 홈런은 소사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의미가 있었다. 결국 삼성은 이승엽의 홈런 이후 2사임에도 박해민의 몸에 맞는 공에 의한 도루, 이지영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더 도망갈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이승엽이었다. ‘큰 경기에 강하다’라는 기대감이 다소 무너지는 부진이었다. 올해 첫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 2개를 당했다. 이날 첫 타석 역시 삼진. 부진이 장기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해결사는 해결사였다. 경기의 승부처에서 완벽한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승엽이 치면 쉽게 이길 수 있다”라는 류중일 감독이 경기 전 멘트는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팀에나, 개인에게나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이승엽은 이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통산 14번째 아치를 그렸다. 이는 타이론 우즈(전 두산, 13개)를 뛰어넘는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홈런이다. 이승엽이 2003년 이후 일본에 진출해 2012년에야 한국에 복귀했음을 고려하면 비교적 적은 경기수에서 거둔 업적이라 더 빛이 난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뛰어넘을 수 있는 기록이 많다. 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7개의 홈런을 쳐 이 부문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승엽이 하나를 더 치면 한국시리즈의 신화도 될 수 있다. 이어 포스트시즌 통산 타점 기록에도 성큼 다가섰다. 현재 이 기록은 홍성흔(두산, 41개)가 가지고 있다. 이날 2타점을 추가한 이승엽은 39타점을 기록, 역시 이 기록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승엽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전설적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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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