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박병호(28, 넥센 히어로즈)가 드디어 터졌다. 박병호의 이번 포스트시즌 첫 홈런으로 넥센은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넥센은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선발 헨리 소사가 무너지며 1-7로 패했다. 팀 타선도 상대 선발 윤성환에게 막히며 1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넥센에 유일한 위안거리는 긴 침묵 끝에 박병호의 홈런이 터진 것.
넥센은 포스트시즌서도 홈런 군단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서 3승을 거둘 때 결승타가 모두 홈런이었다. 1차전 윤석민의 대타 역전 스리런, 3차전 강정호의 결승 솔로포, 4차전 김민성의 결승 스리런이 있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2-2로 맞선 8회 무사 1루서 강정호가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3번 타자로 나서는 유한준 역시 플레이오프서 2개의 홈런포를 가동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작 4번 타자 박병호의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박병호는 올 시즌 52홈런을 기록하면서 이승엽, 심정수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지난 2년에 이어 올 시즌도 홈런왕은 박병호의 몫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박병호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장타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4경기서 타율 3할3푼3리(15타수 5안타) 2루타 1개를 날렸으나 홈런과 타점은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2개의 사구 1개의 볼넷으로 3번 출루했지만 이날의 MVP는 역시 결승 투런의 강정호였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1차전 후 박병호에 대해 “충분히 잘 해줬다. 1번 타자 같은 4번 타자였다”며 믿음을 보였다.
그리고 박병호는 드디어 한 방을 터뜨렸다. 그는 팀이 0-6으로 뒤진 4회초 2사 후 상대 선발 윤성환의 초구 커브(115km)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의 큼지막한 솔로포를 날렸다. 비록 크게 뒤진 상황이었으나 박병호의 홈런포가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박병호는 6회초 2사 2루서도 우익수 방면에 큰 타구를 날렸지만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박병호가 날린 타구는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제 시리즈 전적은 1승 1패. 상승세의 넥센이 분위기를 빼앗겼으나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의 홈런포가 제대로 부활한다면 넥센도 두려울 것은 없다. 과연 박병호의 이 홈런 한 방이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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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