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에서 멜로가 사라지고 있다. 일터에서 일을 하지, 사랑만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그녀'엔 사랑이 전부인 이들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다. 오해와 고난은 순식간에 해결되고, 상황은 예상 가능하다. 그런 익숙함과 유치함이 '내그녀'의 매력이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 14,15회에서는 힘겹지만 사랑을 지켜나가는 현욱(정지훈)과 세나(크리스탈)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한때 현욱을 밀어내던 세나는 그에 대한 오해를 풀고, 그와의 사랑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시우(엘)가 있었다. 시우는 라디오에서 세나에 대한 짝사랑을 고백했고, 시우의 신곡이 큰 성공을 거둔 후였기에 여파는 상당했다. 시우는 연이어 자신의 마음을 저돌적으로 드러냈지만, 세나는 이를 거절했다. 세나가 현욱에게 돌아갔음을 알고도 세나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장 큰 산은 현욱의 아버지 종호(박영규)였다. 종호는 세나가 죽은 소은(이시아)의 여동생임을 알고 두 사람 사이를 반대했다. 종호는 세나를 따로 불러 현욱과의 이별을 종용했다. 종호는 이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고통스러워하는 현욱을 보며 세나는 다시 혼란스러워 졌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현욱과 세나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신었다. 현욱에게 점점 거리를 두는 세나와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 현욱. 그런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 달봉이었다. 현욱과 소은의 추억을 함께 한 달봉이 죽었고, 세나는 마침 오해를 푼 현욱을 위로하고자 했다.
슬픔에 빠진 현욱 앞에는 강아지탈을 쓴 세나가 나타났다. 세나는 자신을 '달봉이 친구 달복이'라 소개했고, 세나는 "달봉이도, 언니도 떠나보내라"고 다정한 말을 건넸다. 현욱은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세나를 "너무 보고 싶었다"며 세차게 끌어안았다.
물론 인형탈을 쓰고 진심을 전한다는 설정은 익숙했고, 아무리 오해를 풀었지만 갑자기 심경이 바뀐 여주인공은 당황스러웠다. 다만 정지훈과 크리스탈의 애틋한 연기 때문인지, 크리스탈에게 강아지탈이 잘 어울렸기 때문인지 해당 장면은 꽤 귀엽게 느껴졌다.
'내그녀'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은 아니다. 종영을 1회 앞두고 그동안의 의문들이 인물들의 대사로 갑자기 해소되고, 뜬금없는 간접광고(PPL)가 자주 등장해 실소를 자아내곤 한다. 하지만 사랑밖에 모르는 '사랑꾼'들의 로맨스는 설렘을 주기 충분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말이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도, '내그녀'가 안기는 설렘과 배우들의 발견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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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그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