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5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잡아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승 1패 균형을 맞춘 뒤 서울로 올라갈 수 있게 된 삼성이지만 주전 중견수 박해민을 부상으로 잃게 된 것은 뼈아프다.
박해민은 2차전에서 3회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베이스에 왼손 약지가 걸려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도루에 성공한 박해민은 2루에 있다가 이지영의 안타 때 홈을 밟았지만 그 순간 손을 감싸쥐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잡혔다. 곧바로 구단 지정병원으로 향한 박해민은 검진 결과 인대손상 진단을 받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아마 박해민은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타격을 하기 힘들 것같다. 상태를 봐서 수비나 주루쪽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2012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 올해 신인으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쓴 박해민은 개막전 선발 중견수 정형식을 제치고 그 자리를 꿰찼다. 최종성적은 119경기 타율 2할9푼7리 1홈런 31타점 65득점 36도루. 19개의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리그 4위에 오를 정도로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고, 어깨가 강하진 않지만 빠른 발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다.
그렇지만 박해민의 부상으로 삼성은 향후 전략에 수정을 가하게 됐다. 일단 5일 경기는 박해민이 빠진 뒤 김헌곤이 그 자리를 채워 무난하게 경기를 마쳤다.
주전 중견수 박해민이 빠졌지만 삼성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원이 있다. 바로 앞선 3년의 우승 경험이다. 삼성은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주요선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로 공백을 메우며 3연패를 달성했었다.
2012년은 권오준이 엔트리 진입에 실패했다. 그 해 권오준은 46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삼성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게다가 권오준은 앞서 5번의 한국시리즈를 경험, 그 가운데 3번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선수였다. 그렇지만 2012년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결국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후 권오준은 국내선수로는 처음으로 세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권오준이 빠졌지만 삼성에는 '무서운 신예' 심창민이 있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심창민은 대담한 투구로 한국시리즈 2경기에 등판,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2홀드를 기록하며 우승에 공을 세웠다.
작년 삼성은 주전 유격수 김상수가 빠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시즌 막판 김상수는 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정현과 정병곤이 들어갔다. 삼성 전력의 핵심선수였던 김상수가 빠졌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주전 유격수로 출전한 정병곤은 탄탄한 수비와 7차전 행운의 득점까지 만들어내면서 성공적으로 공백을 채웠다.
이처럼 삼성은 주요선수 부상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팀의 조건인 '두터운 선수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한국시리즈 삼성은 5명의 외야수가 엔트리에 들었는데 박한이, 최형우, 박해민, 김헌곤, 우동균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부상으로 빠진 박해민을 제외하면 박한이와 김헌곤이 중견수 수비가 가능하다. 사실상 남은 시리즈는 김헌곤이 주전 중견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헌곤은 박해민에 비해 수비범위가 좁지만 대신 삼성에서도 손꼽히는 강견으로 중견수 수비를 소화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어쩌면 삼성의 통합 4연패는 김헌곤으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게 바로 삼성의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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