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출근'인데, 그럼 나도 이제 '미생'인가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11.07 15: 13

tvN이 직장생활을 리얼하게 펼치는 예능과 드라마로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의도한 편성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동시기에 연예인들의 직장생활 체험기를 관찰하는 예능 '오늘부터 출근'과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직장인들의 리얼한 애환을 그린 드라마 '미생'이 함께 전파를 타며 눈길을 끈다.
목요일 밤엔 '오늘부터 출근'을 보며 낄낄대다가 금요일과 토요일 밤엔 '미생'을 보며 감상에 젖기도 한다. 밖에서도 치이고 깨져 죽겠는데 집에까지 들어와 사무실 굴러가는 '꼬라지'를 봐야한다니? 그런데 의외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열렬한 것. 특히 실제 '직딩'들은 물론 취업준비생, 구직자들까지 TV 속 직장에 몰두하고 있어 흥미롭다.
온라인과 각종 SNS를 둘러보면 '오늘부터 출근'과 '미생'에 대한 네티즌의 얘기들이 넘쳐난다. 단순히 '재미있다'거나 '감동이다'는 식의 소감을 넘어서 실제 자신과 대입, 신세 한탄과 공감 토로로 확장되는 네티즌의 사연을 읽고 있노라면 '오늘부터 출근'이나 '미생'의 콘텐츠 파워가 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미디어 콘텐츠, 아니 대부분의 창착물들이란 것이 접하는 이들의 재미나 감동, 위로 혹은 공감을 목표로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원리이지만, 두 콘텐츠는 그간 TV가 쉽게 건드리기 힘들었던 직장생활을 전면에 내세운 정공법으로 의외의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예능에선 직장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리얼하게 다룬다는 포맷 자체가 사실상 부담이 된다. 자고로 웃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예능에서 팍팍하고 살벌한(?) 직장 얘기가 주소재가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tvN 예능국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리얼한 공감이 점점 콘텐츠의 중요한 맥이 되어가다 보니 여행이며 시골이며 군대며 육아 등 공감형 아이템들이 들어섰고 그 일환으로 단연 큰 공감대를 가진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게다가 다른 공감형 아이템들에 비해 이건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다보니 더 큰 반향과 더 묵직한 공감이 따라오는 듯 보인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오늘부터' 출근'은 지난 9월 첫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2기에 접어들었다. 시즌1에서는 8명의 멤버들이 이동통신사의 신입사원으로 좌충우돌하는 얘기를 그렸는데 현재 방송 중인 2기엔 변화를 더했다. god 박준형 배우 봉태규 은지원 엠블랙 미르 카라 박규리 홍진호 등의 멤버들이 외식 프랜차이즈와 장난감 회사 등에서 다양한 직장생활을 한다. 또 1기와 비교하면 멤버들 간에 실적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등 구도를 더하면서 흥미를 위한 장치도 가미했다. 멤버들의 분투 자체를 담담히 따라가는 관찰 방식에서 조금 더 예능적 요소를 업그레이드 한 느낌.
'미생'은 너무도 유명한 동명의 웹툰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일단 뼈대는 원작에 충실하다. 거기에 캐릭터들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 이성민 임시완 변요한 강하늘 등 주연진과 맛깔 나는 감초들의 캐릭터가 곁들여지며 몰입도를 높였다. 또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직 사원이 되는 과정, 영업맨들의 애환, 워킹맘과 직장인 여성들의 고충 등 실제 직장생활에서 빈번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져 리얼리티가 살아났다.
이러한 두 작품을 대하는 취업준비생이나 구직자들의 반응이 눈에 띈다. 실제로 직장생활에 젖어있는 직장인들의 소감도 다양하지만 아직 그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은 이들은 겁을 집어 먹는 눈치. 냉정한 사회, 뼈아픈 직장인의 일기들을 간접 경험하는 것이 이들에겐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다. ‘회사 가면 정말 저렇게 살아야 하나요?’, ‘인턴 붙었는데 말로만 듣던 골질이 저런 거구나. 후덜덜’, ‘여자는 직장 다니기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결혼도 출산도 죄가 아닌데... 벌써부터 겁이 나네요’, ‘영업 쪽으로 지원서를 넣고 있는데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과 같은 네티즌 의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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