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 사태, 멍석 깔아줘놓고 욕하면 어떡해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1.07 07: 55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남자라고 해서 성적 발언이 불쾌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여자에게 불쾌하다면, 당연히 남자에게도 불쾌할 수 있다. 여자를 향한 성희롱이 나쁘다면, 남자를 향한 성희롱도 '동등하게' 나쁘다.
그러나 최근 곽정은을 향한 '비난'은 T.P.O를 외면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고려하면, 곽정은의 멘트가 정말 '성희롱'인지 확정짓기 어렵다.
오히려 성희롱은 아니라는 데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문제가 된 발언은 크게 두가지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매직아이'에서 장기하와 로이킴에게 던진 멘트. 곽정은은 장기하에 대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말수도 적어 보이는데 노래할 때 몸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다. '이 남자는 침대에서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로이킴에 대해서는 "순수해 보여서 키스실력이 궁금한 남자"라고 말했다.

그가 만약 면접을 보러온 취업준비생에게 이같은 말을 했다면, 혹은 술자리에 앉아 난데 없이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타협할 여지 없는 성희롱이며, 사회적으로 '맹렬히' 지탄 받을 일이다.
그런데 멘트의 맥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장기하에게, 로이킴에게, 뜬금 없이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장기하와 로이킴이 딴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말을 끊고 들어가 '껄떡거리며' 던진 멘트도 아니다. 곽정은은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MC들의 질문을 받고 MC에게 말했다.
그는 이날 섹스 컬럼니스트의 자격으로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상태였다. 섹스 컬럼니스트의 눈으로, 함께 출연한 남자들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MC들의 질문을 받아 답변한 것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말도 아니었다. 그의 답변은 당연히 작가들과 사전 조율이 있었을 테고, PD의 편집 과정도 거친 방송용 멘트였다. 
섹스 전문가를 게스트로 섭외해 옆에 앉은 남자에 대한 평가를 부탁해놓고, '침대', '키스 실력' 등의 단어가 나왔다고 성희롱으로 몰아세우는 건 곽정은의 직업, MC들의 질문 의도, 제작진과의 조율 여부를 간과한 것이 아닐지 생각해볼 일이다.
음악 평론가가 이미 발표된 신곡에 대해 '음악적으로' 평가 하는 것과 섹스 컬럼니스트가 대중에 알려진 셀러브리티에 대해 '성적인' 매력을 평가 하는 것은, 그렇게 다른 일인가?
그도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단지 성적인 욕망에 대해 발언했다는 이유로 나와 내 일을 매도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금도 사과할 생각이 없다.(중략) 섹시한 남자 장기하’라고 말하면 올바른 표현이고, ‘침대 위가 궁금한 남자 장기하’라고 말하면 무조건 옳지 못한 표현인가? 발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무조건 성희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람들에게야말로 묻고 싶다. 앞뒤 안가리고 한 사람의 직업적 발언을 폄하한 것이야말로 ‘희롱’이 아니냐고"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JTBC '마녀사냥'으로 단련이 됐다 하더라도 지상파에서 섹스 컬럼니스트가  쏟아놓은 수위 높은 말이 시청자들을 당혹케 했을 거라는 상황도 이해는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멍석을 깔아놓고 질문을 했으면서, 솔직하게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답변했다고 돌팔매를 하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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