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화려했다. 이야기는 점점 길을 잃었고,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허망하게 마무리됐다. 지난 6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 이하 내그녀)의 이야기다.
'내그녀'는 KBS 2TV '드림하이' Mnet '몬스타' 등 뮤직드라마의 성공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류스타 비(정지훈)와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크리스탈이 주연을 맡았고, 초반 화제몰이에도 성공했다. 낯부끄럽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대사에는 중독성이 있었고, 뻔한 로맨스도 나름의 귀여움이 있었다. '울컥' '너하나만' '그리워요' 등 OST를 듣는 즐거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 자릿수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했다. 죽은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죽은 언니의 전 남자친구의 사랑이란, 극정인 설정에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했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는 매번 갑작스러웠다. 각종 의문들은 후반부에 이르러 대사로 갑자기 해결됐다.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남녀주인공의 포옹으로 끝난 결말은 싱거웠다.

뜬금없는 간접광고(PPL)는 몰입을 방해했다. 이야기와 상관없이 클로즈업되는 케이크와 지장을 위한 인주로 사용된 립스틱,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파카 등이 그러했다. 등장 인물들은 시도때도 없이 동일한 케이크를 먹는 것이며, 남녀주인공들은 한겨울이 아님에도 파카를 커플룩으로 입고 돌아다니는지 궁금증만 남겼다.
물론 배우들의 열연은 빛났다. 비(정지훈)는 안정적인 연기로 유쾌와 진지를 오갔고, 크리스탈은 첫 주연으로 손색 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새로운 '캔디녀'를 보여줬다. 두 사람의 '케미' 또한 시청자들의 설렘을 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활약도 '내그녀'를 구원하지 못했다. 작곡가로서 재능을 보여준 여주인공의 기본적인 설정조차 마지막회에선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자면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병폐로 불려지는 '쪽대본'과, 불완전한 준비에도 스타 캐스팅만 믿고 덥썩 편성을 내준 방송사에 있다. '내그녀'가 해외에 널리 판권이 팔리며 수익을 창출한 드라마가 됐을지언정, 시청률과 작품성에서 명예로운 작품은 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내그녀' 후속으로 이종석,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 주연의 '피노키오'가 12일 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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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그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