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쉽게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두 투수가 시리즈를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한 중요 길목인 3차전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흥미로운 대결이 아닐 수 없다.
7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양 팀은 모두 좌완투수를 선발로 예고했다. 홈 팀인 넥센 히어로즈는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맹활약한 오재영을 선발로 내정했고, 삼성 라이온즈는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장원삼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 팀 감독은 하루 휴식이 있었음에도 속 시원하게 선발투수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 유니콘스가 역사속으로 사라졌을 때만 해도 두 좌완투수가 언젠가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의 마지막 시즌이던 2007년에 오재영은 상무에 있었고, 장원삼은 팀의 선발진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현대가 이룩한 한국시리즈 4회 우승 가운데 오재영이 기여한 것은 2004년이 전부였고, 장원삼은 삼성에 와서야 우승을 경험했지만 그래도 둘 모두 현대 왕조가 야구팬들에게 심어준 기억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팀이 현대에서 우리 히어로즈로 바뀐 뒤 장원삼은 2008 시즌 종료 후 현금 30억 원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삼성에 갔다가 일주일 만에 히어로즈로 복귀했다. 그러나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장원삼을 오래 볼 수는 없었다. 장원삼은 한 시즌을 더 치른 뒤 다시 삼성으로 갔다. 20억 원과 좌완투수 박성훈, 우완투수 김상수가 반대급부였다. 이적 후 장원삼은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류중일 감독 체제의 삼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를 잡았다.
트레이드되지는 않았지만, 오재영의 선수 생활에도 굴곡이 있었다. 현대의 오재영은 신인왕 출신의 영건 선발요원이었지만, 히어로즈의 오재영은 평범한 불펜투수에 불과했다. 상무에서 복귀한 2009년부터 4년 연속 소화한 이닝이 경기 수 이하였다. 쉽게 말해 좌타자만 상대하는 불펜투수였다.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부터 선발로 다시 돌아왔으나, 올해 정규시즌 평균자책점도 6.45로 높았다.
하지만 가을에 보여준 역투가 오재영을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선발로 서게 했다. 오재영은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1승 2무 1패로 삼성과 맞서고 있던 상황에 5차전 선발로 나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 승리를 발판으로 현대는 우승을 차지했고, 이는 현대 왕조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오재영 개인에게도 올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를 따내기 전까지 자신의 유일한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장원삼이 현대 시절 포스트시즌에 나선 것은 신인 때였던 2006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플레이오프에 선착해 한화 이글스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고 승부를 펼친 현대는 1차전을 잡고 2차전에 장원삼을 내보내 2연승을 노렸으나 3-4로 패하며 반격당했다. 이어 대전에서 3, 4차전을 내리 내주고 1승 3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것이 현대의 마지막 가을잔치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이들은 목동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다음 시즌부터 kt 위즈가 사용할 수원구장을 홈으로 썼던 현대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해 한 명은 계속 팀에 남았으나 소속과 홈 구장이 바뀌었고, 다른 한 명은 팀을 옮겨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고 FA 대박까지 터뜨렸다. 고난 속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오재영, 트레이드 파동이 있었지만 선수로서는 승승장구해온 장원삼. 둘의 운명을 건 맞대결이 7일 목동의 가을하늘을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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