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정지훈, 크리스탈의 재발견은 건졌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스토리는 용두사미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 끝이 허무했다. 그러나 정지훈, 크리스탈 두 배우의 연기력이 그 허무함을 어느 정도 채워줘 다행이었다.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 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는 방송 전 정지훈과 크리스탈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면에서 개연성 부족으로 시청자들을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했지만 정지훈과 크리스탈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만큼 이들의 연기가 받쳐줬기 때문에 완벽한 케미가 가능했다.
정지훈과 크리스탈은 방송 초반 ‘오글거린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순정 만화 속 남녀 캐릭터 같은 분위기를 형성,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나이차가 꽤 나는 두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묘한 케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정지훈과 크리스탈의 극 중 관계는 이해하기는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현욱(정지훈 분)은 세나(크리스탈 분)의 언니 소은(이시아 분)과 과거 연인사이였고 소은이 현욱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기 때문. 그 후 현욱과 세나는 서로에게 끌려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설득력은 부족한 관계 설정이지만 두 사람이 잘 어우러지는 케미를 보여줬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좀 더 집중하고 볼 수 있었다. 이는 정지훈과 크리스탈의 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크리스탈은 전작 ‘상속자들’의 이보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다. ‘내그녀’를 통해 처음으로 정극에서 첫 주연을 맡은 크리스탈은 온전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현욱을 보는 세나의 아련하고 애틋한 눈빛, 애절한 표정, 설레는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시청률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첫 주연작에서 보여준 연기력으로는 호평을 받을 만 했다.
정지훈은 4년 만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의 연기를 펼쳤다. 1회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욱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특유의 코믹스러운 연기로 무게 중심을 맞추며 다시 한 번 ‘배우 정지훈’의 면모를 확인시켜줬다.
물론 ‘내그녀’의 오글거리는 대사들과 상황은 어찌할 수 없었지만 정지훈은 시청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최대한 현욱 캐릭터의 감정을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마지막이 허무하게 끝난 ‘내그녀’는 아쉽기만 하지만 정지훈은 연기력을 재입증 하는 기회가 됐고 크리스탈 또한 정극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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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내그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