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신동인 롯데 구단주 대행에게 묻는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11.07 11: 07

롯데 자이언츠는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이름을 바꾸지 않고 운영주체가 같은 유이(有二)한 구단이다.
구도(球都) 부산을 연고지로 삼고, 그 어느 곳보다 야구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흘러넘치는 팬들을 등에 업고 있는 구단이기도 하다. 입지적 조건과 흥행의 요건이 그만큼 풍부한 곳에 롯데구단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1월 2일 미국 는 ‘In Korean Baseball, Louder Cheers More Squid(한국야구의 응원 함성과 많은 오징어)’라는 제목 아래 사직구장의 응원문화와 관중들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사직구장 관중들의 사진을 곁들여 게재한 이 기사는 미국의 조용한 응원 문화와 대비되는, 부산 관중들의 독특한 응원문화를 소개했다. 막대풍선 따위를 이용한 소란스런 응원과 치어리더의 선도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관중석의 움직임이 스탠드 열기를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응원의 명암을 그린 이 기사는 한국 프로야구의 태생을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인 의도로 결부시키면서 부산 팬들이 롯데 구단의 저조한 성적으로 인한  ‘암흑기’에 대한 한탄과 시위하는 모습, 갈망을 전했다. 
외신에도 등장하리만치 부산의 야구, 부산의 야구관중은 한국야구의 특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런 부산 야구가 올 시즌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조종’을 울렸다. 구단 내부의 알력이 터져 나오면서 급기야 선수단 CCTV 사찰 폭로전까지 일어났다. 선수단의 내홍(內訌)이 눈살 찌푸릴 정도를 넘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행태가 스스로, 또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팬들은 시위를 벌였고, 구단 사장과 단장이 급기야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사태로 번졌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과연 ‘이 구단이 프로가 맞는가’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프로야구단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전근대적인 작태가 그동안 롯데 구단 안에서 벌어졌으며 마침내 종기가 곪아 터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일들에 대해 사장과 단장이 그만둔다고 해서 치유될 수 있을까. 이 사태의 총책임자는 누구인가. 실무선에서야 사장, 단장일지 몰라도 총체적인 책임은 당연히 오너를 대신해서 구단을 이끌고 있는 신동인 구단주대행일 것이다.
롯데 구단의 속사정을 바깥에서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롯데의 감독을 지낸 이들의 입을 통해 ‘일그러진 행태’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는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고질적인 문제로는 지나친 선수단 간섭, 권한 침해와 편 가르기를 들 수 있다. 
롯데 구단의 파동은 구조적이다. 예전의 감독들에 따르면 감독을 맡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적이 나쁘면 곧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구단 프런트가 조직적인 지원과 감독 힘 실어주기로 전력을 기울이는 대신 ‘흔들기’로 조기 레임덕을 부른 것이 롯데 구단의 낯설지 않은 행태였다.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가 한 마음이 되기는커녕 내부 감시자를 심어 조종하고, 감독의 동정을 일일 보고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롯데 구단의 감독을 지낸 복수의 야구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선수기용을 놓고 직, 간접적으로 구단 수뇌부가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A 전직 감독은 “구단 위에서 누구를 기용해라, 마라하는 소리가 들려 그렇다면 당신이 내려와서 감독하시오”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B 전직 감독의 증언은 더욱 구체적이다.
“감독의 동정을 보고하는, 프락치 같은 사람이 있었다. 단장이 ‘C 선수는 빼버려야지 자꾸 쓰느냐’는 구단 상층부의 말을 전하기에 ‘우승하라고 데려온 감독이라면 믿고 내버려두라, 그렇게 하면 못하겠다’고 하자 ‘귀담아 듣지 말아라’는 소리도 들었다. 선수기용에 대한 간섭에는 ‘그렇다면 이대호를 1번 타순에 기용하겠다’고 엇박자를 놓은 적도 있다. 성적이 나쁘면 관둘 테니까 간섭하지 말라고 항변한 일이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D선수가 숙소에 여자를 데리고 들어온 것을 문제 삼아 그 선수를 ‘잘라야겠다’고 하기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홀대해선 안 된다’고 한 일도 있다. 그 때는 그걸 프런트가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혹시 선수단 감시를 그 때도 CCTV로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롯데 선수단이 지리멸렬해진 것은 과거 홍성흔이나 조성환 같은 구심점 노릇을 해주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김시진 감독이 마음이 여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구단의 간섭에 현장에서 대차게 맞서야했다. 선수단 감시문제를 인정하고 들어가니까 프런트가 더 기승을 부렸던 것이다.”고도 말했다.
야구단 고위 인사의 주변에는 이른바 야구를 잘 안다는 이들이 충고랍시고 하는 일이 없지 않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들의 조언이 자칫 구단 운영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만들 수도 있다.  
야구단 운영은 일반 기업 운영과는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는 게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운영체계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의 말이다. 야구단 운영 가운데 선수단은 전문 경기인들의 고유영역이다. 특이한 문화 조직이다. 선수단 지원에 전념해야할 구단 프런트가 심한 간섭을 하는 것은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제9구단 창단 때도 극렬하게 반대했던 롯데 구단은 만신창이가 됐다. 이제 롯데 구단, 신동인 구단주 대행에게 ‘롯데 구단의 존재의 이유’를 묻고 싶다.
‘프로야구단을 스포츠 산업으로 인식하고 운영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모기업의 홍보 전위대로 여전히 생각하는가.’
아울러 롯데 선수들에게도 묻는다. ‘여러분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야구에 전념하기보다 밤 문화에 더 익숙해지지 않았는가.’라고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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