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렸던 목동구장에는 중요한 손님이 왔다. 넥센 히어로즈야 반갑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에게는 존재만으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응원군 오승환(32, 한신 타이거즈)이 이날의 특별 손님이었다.
오승환은 귀빈실이 아닌 야외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친정팀 삼성을 응원했다. 귀국 당시 삼성 선수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지 묻자 “공개적으로 응원하면 상대 팬들이 싫어하실 것 같다. 양 팀이 좋은 승부 했으면 좋겠다. 팬들께서 응원 많이 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지만, 마음만은 옛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삼성 왕조를 이끈 수호신의 힘이 선수들에게 전달된 것일까. 오승환은 일찍 자리를 떴지만, 오승환이 떠난 이후 삼성은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연출했다. 7일 삼성은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넥센에 3-1로 역전스을 거뒀다. 2승 1패를 만든 삼성은 통합 4연패로 가는 유리한 길목을 점했다.

오승환 앞에서 삼성은 5회말 비니 로티노의 솔로홈런에 0-1로 뒤졌고, 7회까지 끌려갔다. 그러다 8회초 2사 1루에서 이승엽이 행운의 적시타로 대주자 박해민을 불러들여 1-1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본격적으로 불펜 싸움이 됐다. 0-1로 뒤지던 7회말 1사 1루 상황부터 가동된 삼성 불펜은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봉쇄했다.
선발 장원삼에 이어 가장 먼저 나온 불펜투수는 안지만이었다. 안지만은 우선 1루에 있던 대주자 유재신부터 공략했다. 유재신을 1루에 묶어두기 위해 끈질기게 1루 견제를 택했던 안지만은 견제로 유재신을 잡고 첫 아웃카운트를 챙겼다. 7회말 위기 예방에 성공한 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한 이닝을 더 틀어막았다.
안지만 다음으로는 임창용이 등판했다. 150km를 상회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임창용은 선두 유한준에게 중전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으나 대주자로 나섰다가 중견수로 들어간 박해민의 그림 같은 호수비가 투수를 구했다. 임창용은 이변 없이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삼성의 승리로 끝나 안지만은 승리투수가 됐고, 임창용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임창용은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세이브를 따냈다. 단 2명이 이어 던진 삼성 불펜은 2⅔이닝을 깔끔히 지워냈다. 넥센이 선발 오재영의 5이닝 무실점 역투에도 불구하고 조상우 이후에 나온 손승락-한현희의 실점으로 역전패한 것과는 상반되는 활약상이었다. 삼성은 순리대로 불펜을 운영하며 승리하는 수확까지 있었고, 넥센은 모든 것을 쏟아붓고 패한 아픈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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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