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가치는 큰 경기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불혹의 한국시리즈를 보내고 있는 진갑용(40, 삼성)이 노련한 투수리드로 후배 투수들을 이끌었다. 진갑용의 여우같은 리드에 넥센 타자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는 삼성의 승인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일부 변경을 줬다. 1·2차전에서 선발 출전했던 박해민과 이지영이 빠지고 김헌곤과 진갑용이 대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친 박해민의 제외는 예상된 부분이었지만 진갑용의 선발 출전은 광범위하게 예상된 것은 아니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재활 기간이 길어진 진갑용은 정규시즌 11경기에 그쳤다. 출전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존재감이 예전만 하지 않았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진갑용을 포함시키며 포수만 3명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만 53경기(역대 2위)에 뛴 진갑용의 경험을 활용할 시기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2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했던 진갑용은 이날 선발 마스크를 써 장원삼과 호흡을 맞췄다.

노련함이 살아있는 리드였다. 넥센 타자들이 노리고 있는 공을 적절하게 피하는 볼 배합이 돋보였다. 넥센 타자들로서는 좀처럼 기다리고 있는 공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법한 배합이었다. 때로는 변화구를 계속 던지며 타자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고 그 변화구도 다양하게 가져가며 장원삼의 매력을 한껏 부풀렸다. 장원삼의 제구가 잘 된 것도 있지만 이날 6⅓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진갑용의 리드도 한 몫을 거들었다.
삼진을 잡는 과정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1회 박병호를 상대했을 때는 초구 슬라이더를 볼로 던졌다. 이어 슬라이더와 직구를 한 차례 던진 후 지체하지 않고 직구 승부를 해 4구만에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예상보다 한 타이밍이 빠른 과감한 승부였다. 2회 김민성의 타석 때는 직구 3개를 연달아 던지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한 뒤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후 윤석민의 타석 때는 첫 4개의 공을 변화구로 던졌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슬라이더, 슬라이더였다. 첫 3구 이내에 직구가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 법한 윤석민이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 때 5구째 몸쪽 직구를 주문했다. 윤석민이 꼼짝없이 루킹삼진을 당했다.
3회 김민성의 타석 때도 비슷했다. 초구를 직구로 보여준 진갑용은 체인지업 3개를 연달아 요구했고 5구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리고 타이밍이 무너진 김민성을 상대로 6구 직구 승부를 걸어 역시 선 채로 삼진을 잡았다. 그 후 몇몇 위기 때마다 넥센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 그리고 투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볼배합으로 넥센 타선을 8회까지 4안타 1득점으로 봉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타석에서도 좋은 감을 이어갔다. 2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방향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보낸 진갑용은 4회 좌전안타를 때렸다. 6회 2사 2,3루에서는 2루수 직선타로 아쉽게 물러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잘 맞은 타구였다. 진갑용이 건재를 과시한 삼성은 향후 시리즈 포수 운영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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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