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타격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없지만 주루에서 도움이 됐다. 박해민(24, 삼성)이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는 행운도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 주루플레이를 선보였다.
박해민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0-1로 뒤진 8회 대주자로 들어가 천금같은 동점 득점을 올렸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박해민의 성실함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넥센 수비진의 보이지 않는 실책과 맞물려 동점이라는 귀중한 단어로 연결된 장면이었다.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타구가 중견수 방향으로 힘없이 떴다. 그런데 떨어지는 지점이 애매했다. 유격수, 중견수, 2루수 사이에 떨어졌다. 유격수 강정호는 초반 타구 판단을 잘못했고 2루수 서건창은 뛰어온 거리가 너무 길었다. 여기에 이승엽의 힘을 의식해 깊숙이 수비위치를 잡고 있었던 중견수 이택근도 전력질주했지만 2루수 서건창과 겹치며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안타였다.

이런 상황을 예상이나 하고 있었던 것일까. 박해민의 주루 플레이가 빛났다. 1루 주자 박해민은 공이 뜨는 순간 전력으로 출발해 2루를 돌았다. 3루에 다다르자 넥센 수비들이 엉켜 공을 잡아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속도를 살려 그대로 홈까지 들어왔다. 만약 박해민이 지레짐작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면 홈까지 여유 있게 들어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3루에서 멈출 수도 있었다.
올해 삼성의 주전 중견수로 거듭난 박해민은 2차전에서 도루 시도 중 손가락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남은 시리즈에서 정상적인 타격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임무는 대주자 및 대수비밖에 없다. 낙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임무까지도 충실히 수행한 박해민의 플레이는 경기를 지켜본 많은 동료 및 상대 선수들에게도 귀감으로 남을 법한 날이었다. 한편 박해민은 9회 선두 유한준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며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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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